칼손 가방에 언제부턴가 작은 인형이 달려 있더라. 개미 인형.
손가락 한 마디만 한 거. 검은 몸에 빨간 운동화를 신고 있어.
나는 좀 의외였어. 칼손은 개미라는 말을 싫어했거든. 누가 개미라고 하면 얼굴이 굳었어.
칼손 이거 동생이 줬어.
칼손 동생이 뽑기에서 뽑아서 줬대. 언니 주식하니까 개미 주겠다고.
칼손은 처음엔 안 달려고 했대. 개미 보면 생각날 것 같아서.
근데 동생이 매일 언니 그거 달았냐고 물어보니까 할 수 없이 달았대.
그러다 지금은 안 떼고 있대.
자세히 보니까 개미 더듬이 하나가 테이프로 붙어 있더라.
떨어졌대. 가방이 어디 부딪혔을 때. 근데 버리지 않고 테이프로 붙였대.
그거 보고 좀 놀랐어. 처음엔 달기도 싫었던 걸 이제 고쳐서 다니는 거잖아.
불나방 칼손이 개미 아끼네. 웃기다니까.
칼손한테 물어봤어. 이제 개미라는 말 안 싫냐고.
칼손이 좀 생각하더니 그러더라. 말은 아직 좀 싫대. 근데 이 인형은 좋대.
빨간 운동화 신고 열심히 걸어가는 것 같대. 작은데 씩씩해 보인대.
그래서 힘든 날 이 인형 보면 좀 웃긴대. 너도 작은데 버티는구나, 하고.
생각해보면 개미라는 말은 좀 놀리는 말처럼 쓰이잖아. 작고 힘없다는 뜻으로.
근데 칼손은 그 말을 인형으로 바꿔서 자기 가방에 달았어. 놀리는 말이 자기 편이 된 거야.
남이 붙인 이름이 싫으면 내가 그걸 품어버리면 되는 거라니까. 그럼 더 이상 날 찌르지 못해.
돌부처 나도 하나 갖고 싶어.
그다음 주에 칼손 동생이 뽑기를 더 해서 개미 인형 세 개를 보냈어. 불나방 거, 돌부처 거, 내 거.
이제 우리 넷 다 가방에 개미를 달고 다녀. 불나방 건 파란 운동화, 돌부처 건 운동화가 없어. 맨발 개미.
너도 누가 붙인 이름이 싫으면 한번 품어봐. 생각보다 귀여울 수도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