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동아리방 문 옆에 작은 상자를 달았어. 신발 상자에 구멍 뚫은 거.
위에 매직으로 썼어. "익명 고민함. 아무거나."
불나방 아이디어였어. 말로 못 하는 거 있으면 적어서 넣으래.
불나방 이름 안 써도 돼. 우리가 답장해줄게.
첫 주에 쪽지가 세 장 들어왔어. 생각보다 많았어.
일주일 끝나고 다 같이 열어봤어.
첫 번째. "요새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요." 두 번째. "친구한테 말 못 한 게 있어요." 세 번째. "그냥 누가 괜찮냐고 물어봐 줬으면 좋겠어요."
근데 다들 쪽지를 보다가 눈치를 챘어.
첫 번째 글씨는 불나방 거였어. 알람 다섯 개 맞추는 애.
두 번째는 칼손 거였어. 칼손 글씨는 좀 기울어져 있거든.
세 번째만 모르는 글씨였어.
다들 서로 눈이 마주쳤어. 근데 아무도 말 안 했어. 모르는 척했어.
칼손 이건 누가 썼을까. 전혀 모르겠다.
칼손이 자기 쪽지 보면서 그렇게 말했어. 다들 웃음 참느라 힘들었어.
생각해보면 다들 왜 모르는 척했을까.
익명이라서 쓴 거잖아. 이름이 나오면 못 썼을 거야. 그러니까 알아봐도 모르는 척해주는 게 맞는 거라니까.
그 쪽지를 쓴 애가 안심할 수 있게. 그래야 다음에도 또 쓸 수 있으니까.
다 같이 답장을 썼어. 쪽지마다 하나씩. 그리고 상자 옆 게시판에 붙였어.
첫 번째 답장. "알람 다섯 개 맞춰도 괜찮아요." 두 번째 답장. "말 못 한 거 있어도 친구는 그대로예요."
세 번째는 다 같이 썼어. 모르는 사람이니까 더 정성껏.
"괜찮아요? 우리 삼 층에 있어요. 언제든 와요."
돌부처 세 번째 사람 왔으면 좋겠다.
너도 말로 못 하는 고민이 있으면 이름 빼고 적어봐. 이름이 없으면 말이 나오거든.
새 동아리방 문 옆엔 그 상자가 있어. 우리는 글씨 알아봐도 모르는 척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