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처음 혼자 살기 시작한 날이에요. 달력에는 아무 표시도 없지요.
그래도 저는 해마다 이날을 기억해요.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삼각김밥 하나를 샀어요. 이사 첫날 저녁에 먹었던 것과 같은 걸로요.
그날은 짐도 다 못 풀었어요.
상자가 여기저기 쌓여 있었고, 냉장고는 비어 있었지요. 배가 고파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를 사 왔어요. 식탁도 없어서 창가에 앉아 먹었고요. 창밖으로 낯선 동네의 불빛이 보였네요.
그날을 기억하는 사람은 저밖에 없어요.
엄마도 몇 년이었는지 정확히는 모르실 거예요. 친구들은 당연히 모르고요. 생일이나 명절처럼 누가 축하해주는 날도 아니지요. 그래도 저한테는 중요한 날이네요. 혼자 서기 시작한 날이었으니 더 그렇군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날은, 기억하는 단 한 사람에게 가장 조용한 기념일이 된다.
해마다 이날 하는 게 있어요.
삼각김밥 하나를 사서 창가에서 먹는 거지요. 그리고 혼자 지낸 지난 한 해 동안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보지요. 힘들었던 날, 좋았던 날, 그냥 흘러간 날들이요. 그렇게 하고 나면 한 해를 잘 버텼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물론 쓸쓸할 때도 있어요.
아무도 모르는 날을 혼자 챙기는 게 좀 처량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누가 알아줘야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니겠지요. 제가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그날은 충분히 특별했어요.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친구도 그런 날이 있대요.
첫 월급을 받은 날을 해마다 혼자 기념한대요. 그날은 꼭 자기한테 작은 선물을 하나 사준다고요. 다들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날을 하나씩 품고 사는 모양이네요.
아무도 축하해주지 않는 날도 내가 기억해주면 그날은 충분히 기념일이겠지요.
오늘이 그런 날이라면 조용히 챙겨줘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