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아무 말 없이 사진을 한 장 보내왔네요. 십 년쯤 전 거였어요.
저는 제 얼굴보다 뒤에 찍힌 가게 간판을 먼저 봤네요.
사진을 보면 제일 먼저 보는 게 사람일 줄 알았는데요.
저는 뒤에 있는 것들이 먼저 들어오더라고요. 그 가게는 이제 없고, 그 자리에는 다른 게 들어와 있는걸요. 사진이 남긴 게 얼굴만은 아닌 셈이군요.
사진은 우리를 찍지만, 오래 지나면 우리가 아니라 그때의 세상을 보여준다.
아무 설명이 없어서 좀 궁금했어요.
정리하다가 나왔겠지요. 아니면 그날 뭔가가 떠올랐을 수도 있고요. 물어보면 별거 아니라고 할 것 같아서 안 물었어요.
받은 김에 제 쪽도 뒤져봤어요.
같은 시기 사진이 몇 장 있더라고요. 그중에 그 친구가 나온 걸 하나 골라서 보냈고요. 저도 설명은 안 붙였고요.
그 뒤로 몇 장을 더 주고받았네요.
아무도 설명을 안 했어요. 사진만 오가고 가끔 짧은 말이 붙는 정도였고요. 그날 밤에 우리는 십 년 전을 한 번 다녀온 셈입니다.
이런 걸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이제 몇 없더라고요.
그 시절을 같이 지난 사람이라야 설명 없이 통하니까요. 오래 아는 사람이 귀한 건 그런 이유겠지요. 새로 만난 사람한테는 그 사진이 그냥 사진일 테고요.
그 시절에는 사진을 잘 안 찍었어요.
찍을 이유가 있어야 찍었고, 그냥 있는 날은 안 찍었습니다. 그래서 남은 게 몇 장 안 되는 거고요. 지금 보면 그냥 있는 날이 더 보고 싶은데 말이지요.
요즘은 아무 날도 한 장씩 찍어둡니다. 십 년 뒤에 볼 사람은 그 한 장을 반가워하겠지요.
사진 한 장이 그 시절 전체를 들고 오기도 하는걸요.
오늘 정리하다 오래된 게 나오셨다면, 아무 말 없이 한 장 보내보셔도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