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아저씨가 나한테 사과를 하시더라. 전에 하셨던 말을 사과하신 거야.
요새 애들은 어떻고 하셨던 그 말인데, 나는 그걸 이미 잊고 있었거든.
사과하시면서 그때 무슨 말을 하셨는지를 정확하게 다시 말씀하시더라. 토씨까지.
나는 그게 더 놀라웠다니까. 나는 흐릿한데 그분은 정확한 거잖아.
말한 쪽은 잊고 들은 쪽은 남는다고 내가 그랬는데, 이건 반대였던 거고.
칼손 어른이 사과를 해요?
이게 좀 이상했거든. 보통은 들은 쪽이 오래 들고 있잖아.
근데 이번엔 말한 쪽이 들고 계셨어. 몇 주를 들고 계셨던 거고.
그러니까 그분한테는 그게 계속 걸리는 일이었던 거라니까. 나는 그날 좀 그랬고 며칠 뒤에 잊었는데.
나는 뭐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더라. 괜찮다고 하면 별거 아닌 게 되는 거고.
기억난다고 하면 그분이 더 미안해지실 것 같고. 안 났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그래서 그냥 고맙다고 했어. 사과해주셔서 고맙다고.
돌부처 그게 제일 낫지.
집에 와서 생각하니까 나도 그런 게 있잖아. 애들한테 미안한 게 쌓이는데 말할 데가 없다고 내가 그랬고.
그분도 그거였던 거라니까. 갚을 데가 없으니까 몇 주를 들고 계셨던 거고.
그러니까 사과를 받아드린 게 그분한테는 치우는 거였던 거잖아. 내가 받아야 되는 거였어.
그리고 그날 이후로 그 아저씨를 보면 좀 편하더라. 사과 하나로 그게 바뀌는 거잖아.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어른들도 그러는 줄은 몰랐거든. 한 덩어리로 보고 있었잖아.
근데 사과하는 쪽이 더 오래 들고 있는 건 알겠더라. 그건 나이랑 상관없는 거고.
그래서 나도 쌓아둔 걸 한 번씩 꺼내보려고 한다니까. 들고 있는 것보다 낫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