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하루에 세 번을 들은 날도 있었어요.
처음에는 괜찮다고 했는데 나중에는 제 대답이 점점 짧아지더라고요.
미안하다고 하는 것들이 대개 작은 겁니다.
답이 늦어서, 말을 길게 해서, 시간을 뺏어서. 저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이에요. 그런데 그쪽에서는 그게 다 미안한 일인 거지요.
지나친 사과는 상대를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스스로를 계속 낮은 자리에 세워두는 일이다.
문제는 사과를 받으면 뭐라고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괜찮다고 하거나 아니라고 하거나요. 그걸 하루에 몇 번씩 하면 지칩니다. 상대는 짐을 내려놓는 건데 받는 쪽에는 계속 뭔가가 쌓이는 셈이군요.
또 하나 생기는 게 있어요.
작은 걸로 계속 사과를 받다 보면 정작 진짜로 서운한 일이 생겼을 때 말을 못 꺼내게 됩니다. 이 사람은 이 정도에도 미안해하는데 진짜를 말하면 무너지겠구나 싶어서요.
그러니까 잦은 사과가 제 입을 막는 셈입니다.
그 사람이 왜 그러는지는 저도 짐작만 합니다.
미움받는 게 무서운 쪽일 겁니다. 미리 사과해두면 안전하다고 배웠을 수도 있고요. 저도 다른 자리에서는 그러고 있을 테니 탓할 마음은 없습니다.
며칠 고민하다가 짧게 말했어요.
이런 건 미안한 일이 아니라고요. 그 말을 하면서도 이게 또 하나의 지적이 될까 봐 조심스러웠습니다. 그쪽은 알겠다고 하더니 그날 저녁에 또 미안하다고 했고요.
바로 바뀌지는 않겠지요.
한 가지 바꿔보자고 한 게 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 자리에 고맙다는 말을 넣어보자고요. 늦어서 미안하다 대신 기다려줘서 고맙다는 식으로요. 같은 상황인데 받는 쪽이 훨씬 가볍더라고요.
미안하다는 말이 너무 많아지면 그 말이 원래 하던 일을 못 하게 되겠지요.
오늘 사과를 여러 번 받으셨다면, 그건 그 사람이 잘못을 많이 해서가 아닌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