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은 약속에 늘 늦거든. 근데 신기한 게 늘 오 분이야. 더도 덜도 아니고.
처음엔 그냥 게으른 줄 알았어. 근데 몇 달 지켜보니까 너무 정확하더라.
어떻게 매번 딱 오 분이냐. 그건 늦는 게 아니라 맞추는 거잖아.
불나방 오 분은 늦은 거 아니라니까.
한번은 내가 약속 장소에 일찍 갔거든. 근처 편의점에서 음료 사려고.
근데 모퉁이 뒤에 불나방이 서 있더라. 폰 보면서. 약속 시간 오 분 전이었어.
나를 보고 엄청 놀라더라. 들킨 얼굴이었어.
알고 보니까 늘 먼저 와 있었던 거야. 모퉁이 뒤에서 오 분 기다렸다가 나타난 거고.
진짜 궁금해서 물어봤어. 일찍 왔으면 그냥 나오면 되잖아.
불나방이 좀 쑥스러워하면서 그러더라. 먼저 와서 기다리는 게 싫대.
혼자 서서 기다리면 혹시 안 오면 어쩌나, 나만 신난 건가, 그런 생각이 든대.
그래서 차라리 늦게 나타나는 쪽이 편하대. 기다리는 쪽이 아니라 기다리게 하는 쪽이 되려고.
칼손 그게 더 피곤하지 않냐.
나는 그 얘기 듣고 좀 놀랐어. 불나방은 늘 제일 신나 보이는 애잖아.
근데 그 밑에 그런 겁이 있었던 거야. 나만 신났을까 봐 무서운 거.
생각해보면 걔가 늘 이번엔 다르다고 떠드는 것도 비슷한 거 아닐까. 혼자 믿는 게 무서우니까 크게 말하는 거라니까.
그날 이후로 걔 오 분이 좀 다르게 보이더라.
그래서 우리가 하나 정했어. 약속 장소에 먼저 온 애가 단톡방에 "나 옴" 하고 보내기.
그러면 기다리는 애가 혼자가 아니잖아. 다들 오고 있다는 걸 아니까.
다음 약속 때 불나방이 제일 먼저 "나 옴"을 보냈어. 모퉁이 뒤가 아니라 약속 장소 앞에서.
돌부처 처음으로 안 늦었네.
너도 매번 늦는 친구가 있으면 한 번만 물어봐. 게을러서가 아닐 수도 있거든.
기다리는 게 무서운 애도 있다니까. 동아리방은 누가 먼저 와도 혼자 안 두는 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