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바지가 길어서 엄마랑 동네 수선집에 갔거든. 할머니 혼자 하시는 작은 가게.
엄마가 단골이래. 할머니가 엄마를 보시더니 반가워하셨어.
내 바지 길이를 재시고 바로 재봉틀 앞에 앉으셨어. 기다리라고.
기다리는 동안 엄마랑 할머니가 얘기를 하셨어. 처음엔 동네 얘기.
그러다 할머니가 그러셨어. 요새 아들이 주식 때문에 힘들어한다고.
엄마가 고개를 끄덕이셨어. 요새 다들 그렇다고.
할머니는 재봉틀을 돌리시면서 얘기를 계속하셨어.
근데 하나 이상한 게 있었어. 할머니 발은 재봉틀 페달을 계속 같은 속도로 밟으셨어. 드르륵 드르륵.
근데 손이 몇 번이나 멈추셨어. 아들 얘기 하실 때마다.
천을 잡은 손이 멈추고, 재봉틀 바늘만 허공에서 오르락내리락했어.
할머니가 그걸 아시고는 웃으시면서 다시 천을 잡으셨어.
칼손 발은 습관이고 손은 마음이네.
엄마가 할머니 손을 보시더니 그러셨어. 아드님한테 밥 먹었냐고 물어보시라고.
할머니가 좀 놀라신 얼굴로 엄마를 보셨어.
엄마가 그러셨어. 우리 딸 동아리에서 그렇게 한대요. 힘든 친구한테 다른 말 말고 그거만 묻는대요.
나는 엄마가 그걸 알고 계신 줄 몰랐어. 내가 동아리 얘기를 언제 했더라.
불나방 너네 엄마 우리 방 방법 아시네.
할머니가 바지를 다 줄이셨어. 딱 맞았어.
계산하는데 할머니가 나한테 그러셨어. 학생 동아리 좋은 데다, 하시면서.
그리고 바지 봉투에 사탕 두 개를 넣어주셨어. 동아리 친구들이랑 나눠 먹으라고.
집에 오는 길에 엄마한테 물어봤어. 내 동아리 얘기 언제 들었냐고.
엄마가 웃으시면서 그러셨어. 네가 저녁 먹으면서 맨날 하잖아.
몰랐어. 나도 모르게 집에서 동아리 얘기를 하고 있었나 봐. 그 사탕 두 개는 다음 날 동아리방에서 돌부처랑 후배가 먹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