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랑 단둘이 있으면 좀 어색하거든. 엄마가 있으면 안 그런데 둘만 있으면 그래.
차 타고 어디 갈 때가 제일 그렇다니까.
차 안에서 아빠가 라디오를 평소보다 크게 켜시거든. 나는 그게 뭔가 싶었어.
근데 생각해보니까 나도 폰을 더 보고 있더라. 둘 다 뭘 하고 있는 거잖아.
어색한 걸 각자 다른 걸로 메우고 있었던 거라니까.
칼손 저는 그냥 자는 척해요.
할 말이 없어서인 줄 알았거든. 근데 아니더라.
엄마가 있으면 셋이 잘 얘기하잖아. 그러니까 할 말은 있는 거야.
문제는 시작할 사람이 없는 거였어. 엄마가 늘 시작하셨던 거라니까.
이게 웃긴 게 둘 다 상대가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였어. 아빠도 그랬대.
나중에 물어보니까 아빠도 뭐라고 말 걸까 하다가 만다고 하시더라. 나랑 똑같은 거잖아.
방에서 첫 마디 꺼내는 자리가 제일 힘들다고 내가 그랬는데, 우리 차 안에는 그 사람이 없었던 거라니까.
돌부처 누가 하나 해야 되지.
지금은 차 타면 내가 하나 물어보기로 정해뒀거든. 아무거나 하나.
오늘 뭐 했냐든가 그 정도야. 그거 하나면 그다음은 알아서 이어지더라.
시작만 있으면 되는 거였어. 그리고 그거 하는 사람이 나여도 되는 거고.
그리고 라디오는 그냥 켜두기로 했거든. 끄자고 안 해.
소리가 하나 깔려 있으면 말 안 하는 시간이 안 무거워지잖아. 방에서 스피커 안 끄는 거랑 같은 거라니까.
말 안 하는 시간이 있어도 되게 만들어두는 거였어.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어른이랑 말하는 것도 서툴거든. 아직도 어색하고.
근데 이름을 붙여보니까 좀 낫더라.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라 시작할 사람이 없는 거였잖아.
그러면 내가 하면 되는 거라니까. 방에서 하던 걸 집에서도 하는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