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부터 목이 칼칼하고 몸이 으슬으슬했어요. 퇴근하자마자 쌀을 불려 죽을 끓였지요.
냄비 앞에 서서 젓다가 잠깐 딴생각을 했는데 바닥이 눌어붙어 있더라고요. 그걸 긁으면서 엄마 생각이 났네요.
어릴 때 아프면 엄마가 죽을 끓여주셨어요.
생각해보면 엄마는 죽 끓일 때 한 번도 냄비 앞을 떠나지 않으셨지요. 계속 저으면서 가끔 제 이마를 짚어보러 오셨고요. 그게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는지 직접 끓여보니 알겠네요.
평소엔 혼자인 게 편해요.
그런데 몸이 아프면 혼자가 갑자기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물 한 잔 떠다 줄 사람이 없고, 괜찮냐고 물어볼 사람도 없지요. 아픈 것보다 그게 더 서러울 때가 있군요.
혼자인 건 평소엔 가볍다가, 아픈 날에만 갑자기 무게를 갖는다.
눌어붙은 부분을 빼고 그릇에 덜었어요.
간장을 조금 넣고 창가에 앉아 천천히 먹었지요. 엄마 죽보다 묽고 싱거웠지만 따뜻했어요. 따뜻한 걸 먹으니 몸이 조금 풀리더라고요.
먹고 있는데 친구한테서 메시지가 왔어요.
목소리가 이상하던데 괜찮냐고요. 오후에 잠깐 통화했을 때 눈치챘나 봐요. 죽 끓여 먹고 있다고 했더니 잘했다고, 따뜻하게 하고 자라고 하더라고요. 그 몇 줄이 꽤 위로가 됐네요.
그날은 아홉 시도 안 돼서 누웠어요.
두꺼운 이불을 꺼내 덮고 창밖 빗소리를 들었지요. 몸이 무거우니까 오히려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쉬라고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낸 거였겠지요.
아플 때 혼자인 게 서러운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누군가 곁에 있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정직하게 드러나는 거겠지요.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가면 꼭 병원에 가보시고요. 오늘은 따뜻한 걸 드시고 일찍 쉬셔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