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가 동아리방에 와서 드물게 먼저 말을 꺼냈어. 오늘 늦잠 잤대.
다들 놀랐어. 돌부처는 알람 하나에 바로 일어나는 애거든.
근데 오늘은 알람을 못 들었대. 그렇게 푹 잔 게 오랜만이래.
돌부처 꿈도 안 꿨어.
그리고 하나 더. 오늘 점심때까지 폰을 한 번도 안 꺼냈대.
예전엔 수업 시작 전에 꼭 확인했대. 그게 습관이었대.
근데 오늘은 가방에 넣은 채로 그냥 뒀대. 생각이 안 났대.
그 말 하는데 돌부처 얼굴이 좀 이상했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허전한 것 같기도 하고.
돌부처한테 물어봤어. 놓고 나니까 어떠냐고.
돌부처가 좀 생각하더니 그러더라. 허전하대.
매일 붙잡고 있던 게 없어지니까 손이 비어 있는 느낌이래. 뭘 해야 할지 모르겠대.
근데 그 허전함이 생각보다 가볍대. 무거운 걸 들고 있다가 내려놓은 거랑 같대.
칼손 나는 놓고 나면 맨날 후회했는데.
칼손이 그러더라. 자기는 놓고 나면 늘 후회했대. 계속 뒤돌아봤대.
근데 돌부처는 안 돌아본대. 왜 그런지 물어봤어.
돌부처가 그러더라. 자기는 오래 버티다가 놓은 거라서 할 만큼 했대. 그래서 미련이 없대.
칼손은 너무 빨리 놓아서 할 만큼 못 한 것 같으니까 뒤돌아보는 거고.
그 말 듣고 둘이 서로 쳐다봤어. 둘 다 고개를 끄덕였어.
돌부처가 그 비어 있는 손으로 뭘 할지 고민 중이래.
불나방이 자전거 타자고 했어. 이제 탈 줄 알잖아.
후배는 선인장 하나 더 키워보라고 했어.
돌부처가 둘 다 하겠대. 비어 있는 손이 생기니까 하고 싶은 게 생겼대.
불나방 그럼 이번 주말 강변 간다!
너도 뭔가 내려놓고 나서 허전하면 그건 이상한 거 아니야. 그만큼 오래 들고 있었던 거니까.
그 허전함은 생각보다 가볍다니까. 비어 있는 손으로 하고 싶은 거 하나 찾아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