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도자기 공방 수강 신청 화면을 일주일째 열어두고 있어요. 신청 버튼은 아직 못 눌렀지요.
대신 메모장에 뭔가를 적었어요. 손재주가 없다, 시간이 안 맞을 수 있다, 금방 그만둘 것 같다. 안 될 이유만 일곱 줄이었네요.
이런 일이 저한텐 자주 있어요.
해보고 싶은 게 생기면 설레는 마음이 잠깐 오지요. 그런데 곧 안 될 이유들이 줄을 서요. 그 이유들을 다 세고 나면 이미 마음속에서 한 번 실패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시작도 안 했는데 말이에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실패 자체보다 실패한 저를 보는 게 무서웠어요.
못 만든 그릇을 들고 있는 제 모습이요. 그걸 남들이 보는 것도요. 아예 안 하면 그런 모습을 볼 일이 없으니까 편하지요. 그러니 안 될 이유를 세는 건 저를 지키는 방법이었던 거군요.
시작하지 않은 일은 실패하지 않는다. 다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뿐이다.
쇼펜하우어는 바라는 마음이 괴로움을 만든다고 했지요.
바라지 않으면 실망도 없다고요. 그 말대로라면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이상하게 화면을 닫지는 못하겠더라고요. 바라는 마음이 이미 생겨버린 거니까요. 생긴 바람을 모른 척하는 것도 괴로움이네요.
도자기를 배운 적 있는 친구에게 물어봤어요.
친구가 자기 첫 그릇 사진을 보여줬지요. 한쪽으로 기울고 두께도 들쭉날쭉했어요. 그런데 친구는 그 그릇에 아직 볼펜을 꽂아 쓴대요. 못 만들어서 오히려 정이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날 밤 메모장에 한 줄을 더 적었어요.
해볼 이유요. 비 오는 날 흙을 만지면 좋을 것 같다. 일곱 줄 밑에 딱 한 줄이었지요. 그 한 줄을 보고 있다가 신청 버튼을 눌렀네요.
첫 수업은 다음 주예요.
아마 제 그릇도 기울어 있겠지요. 그래도 기운 그릇은 해본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거잖아요. 실패가 두려운 건 자연스러운 마음이에요. 다만 오늘은 해볼 이유 하나만 적어보셔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