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조직 개편 공지가 떴어요. 다음 달부터 팀이 바뀐다는 내용이었지요.
그날 오후 저는 괜히 책상 위를 정리했어요. 펜을 꽂고, 서류를 맞추고, 컵을 제자리에 놓았지요. 다 하고 나니 원래부터 정리돼 있던 것들이었네요.
지금 팀에서 몇 년을 지냈어요.
옆자리 동료, 매일 가는 탕비실, 창가 쪽 제 자리까지 다 익숙했지요. 그게 바뀐다니 갑자기 발밑이 흔들리는 것 같았어요. 아직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는데도요.
생각해보면 바뀌는 것 자체보다 모르는 게 무서웠어요.
새 팀은 어떤 사람들일까, 일은 어떻게 달라질까, 내 자리는 어디일까요. 모르는 게 많으니까 상상이 커졌지요. 상상은 대개 나쁜 쪽으로만 가더라고요.
변화가 무서운 건, 대개 바뀌는 것보다 아직 모르는 것이 크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날 책상을 정리한 건 아마 붙잡을 게 필요해서였을 거예요.
바뀌는 건 제가 어쩔 수 없지만 책상 위는 제가 정할 수 있었으니까요. 펜을 꽂고 서류를 맞추는 동안은 조금 마음이 가라앉았어요. 작은 걸 제자리에 두는 게 위로가 됐던 거군요.
퇴근길에 옆자리 동료와 같이 걸었어요.
동료도 불안하다고 했지요. 그런데 이렇게 덧붙였어요. 그래도 어디로 가든 점심은 같이 먹자. 그 말에 이상하게 안심이 됐어요. 바뀌는 것들 사이에 안 바뀌는 게 하나 생긴 거니까요.
쇼펜하우어는 바꿀 수 없는 걸 받아들이면 조금 가벼워진다고 했대요.
조직 개편은 제가 막을 수 없는 일이지요. 그걸 받아들이고 나니 불안이 조금 옅어졌어요. 대신 제가 지킬 수 있는 것들을 세어보기로 했네요.
창가에 앉아 그 목록을 적어봤어요.
비 오는 날 창가에서 마시는 차, 동료와의 점심, 퇴근길 단골 빵집, 주말 도자기 수업이요. 팀이 바뀌어도 이건 그대로겠지요. 적고 나니 생각보다 많았어요.
변하는 게 무서운 건 지금 가진 것을 아끼기 때문이겠지요.
불안한 날엔 바뀌지 않을 작은 것 하나를 손에 쥐고 있어 봐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