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났어. 객잔에 다시 손님이 들기 시작했는데 다들 얼굴이 반쯤 딴 데 있어.
단골 하나가 앉자마자 그러더라. 몸은 나왔는데 정신이 아직 고향에 있다고. 옆자리 손님도 끄덕였어. 뉴스에서도 연휴 끝나고 며칠은 다들 힘들다고 했다더라.
그날은 국을 두 번씩 더 떠 가는 손님이 많았어. 뭔가 따뜻한 게 필요했나 봐.
그 얼굴들을 보는데 무협 한 장면이 떠올랐어. 폐관수련 끝나고 산을 내려오는 장면.
무협에서 하산은 멋있게 그려지잖아. 근데 잘 쓴 글은 그다음을 보여줘. 몇 해 동굴에 있다가 나오면 세상 속도가 안 맞아. 사람 말이 너무 빠르고, 저잣거리가 너무 시끄럽고.
강한 놈인데도 첫 며칠은 어리바리해. 그 대목이 나는 제일 좋더라. 세진 거랑 적응한 건 다른 얘기거든.
폐관할 때는 다들 각오를 하고 들어가. 문 닫는 날을 정하고, 벽곡단 챙기고, 인사도 해.
근데 나오는 날은 아무도 준비를 안 해. 들어가는 법만 있고 나오는 법은 없는 거야.
연휴도 비슷한 것 같아. 쉬러 들어갈 땐 다들 계획이 있어. 돌아오는 날엔 그냥 알람 하나 맞추고 끝이야. 손님들 얘기 들어보니 그게 제일 힘들었대.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던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이런 걸 잘 몰라. 연휴 동안에도 객잔 문을 열었으니 돌아올 데도 없었고.
그래서 손님들 말만 들었어. 한 사람은 첫날은 일을 조금만 한대. 다른 사람은 연휴 마지막 날에 일부러 일찍 잔대. 다들 자기 하산법이 있더라.
무협 고수도 하산하면 바로 싸움판에 안 뛰어들어. 객잔에 먼저 들러. 밥 먹고, 소문 듣고, 세상이 얼마나 변했나 보고. 그러고 나서 강호로 나가.
그래서 하산한 고수가 제일 먼저 들르는 데가 객잔인가 봐. 딴 데로 넘어가기 전에 잠깐 앉는 자리.
아직 몸이 연휴에 있으면 여기 잠깐 앉았다 가. 하산도 원래 천천히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