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객잔 장면에서 고수들이 술을 시킬 때 이름이 나와. "여아홍 한 동이!" "죽엽청으로!"
나는 처음에 그냥 멋있는 이름인 줄 알았어. 근데 이름마다 이야기가 있더라.
여아홍은 딸의 붉은 술이라는 뜻이래. 전해지는 얘기로는, 딸이 태어나면 술을 빚어 땅에 묻어뒀다가 그 딸이 시집가는 날 꺼내 마셨대. 실제로 중국 남쪽 어느 지방에 그런 풍습이 있었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여아홍 한 잔엔 한 사람이 자라온 세월이 들어 있는 거야. 곶감 얘기할 때 시간을 넣어야만 나오는 맛이 있다고 했는데, 여아홍은 그 시간이 딸의 나이만큼 길어.
죽엽청은 대나무 잎처럼 푸른 술이라는 뜻이래. 맑고 푸른빛이 돈다고. 이것도 실제로 있는 술 이름이라고 들었어.
무협에서 죽엽청은 대개 고수가 혼자 마시는 술로 나와. 대나무 숲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대숲 결투가 많다고. 대나무랑 어울리는 이름이라 그런가 봐. 맑은 술을 혼자 마시는 고수, 그 장면이 잘 어울려.
무협에서 무슨 술을 시키냐는 인물을 보여줘.
여아홍을 시키는 사람은 대개 축하할 일이 있거나 사연이 있어. 독한 화주를 시키는 사람은 성질이 급하고. 맑은 술을 조금씩 마시는 사람은 깊은 사람이야. 무협 주량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고수가 술을 많이 마신다고. 근데 뭘 마시냐도 중요해.
객잔에서 여아홍 얘기를 했더니 손님 하나가 조용해졌어. 그러더니 그러더라. 딸 낳았을 때 묻어둔 게 있대. 술은 아니고, 편지랑 작은 물건 몇 개. 시집갈 때 꺼낼 거래.
다들 숙연해졌어. 한 손님이 그 손님 잔을 채워줬지. 객잔에서 그렇게 조용한 순간은 드물어.
이름에 사연 있는 음식이나 술 알면 들려줘. 객잔 차림표에 이름 붙일 때 참고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