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카라고 적힌 원두 봉지를 들고 이거 초콜릿 맛이냐고 물으신 손님이 계셨어요.
모카는 예멘의 항구 이름이에요. 아주 오래전에 커피가 그 항구를 통해 세계로 나갔거든요.
그래서 그 배에 실린 커피를 모카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예멘과 그 주변에서 나는 원두에 이 이름이 붙어요.
초콜릿 얘기는 나중에 붙은 거예요. 그 원두에서 카카오 같은 결이 자주 났거든요. 그 연상이 굳어져서 초콜릿 들어간 메뉴 이름이 됐어요.
같은 단어가 세 군데에 붙어 있어서 헷갈릴 수밖에 없어요.
예멘 원두를 드셔보시면 다른 데랑 확실히 달라요.
건조한 땅에서 자라고 열매째 말리는 방식을 오래 써왔어요. 그래서 과일이나 향신료 같은 결이 진하게 나와요. 와인 같다고 하시는 분도 계세요.
다만 결점두가 섞이는 경우가 있어서 잔마다 편차가 커요. 깔끔하게 정돈된 커피를 기대하시면 어긋나요. 다듬어진 맛이 아니라 거친 맛이에요.
나오는 양이 적고 사정이 어려운 지역이에요. 농장 규모도 작고요.
그래서 값이 비싼 편인데, 품질 편차가 크다는 게 같이 따라와요. 비싼 값을 내고도 실망하실 수 있다는 뜻이에요. 저는 그 얘기를 먼저 드려요.
그래도 이 원두를 찾으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 거친 결이 좋아서요.
모카라는 말만 크게 적혀 있으면 주의하셔야 해요.
이름만 빌려 쓴 블렌드가 꽤 있어요. 나라 이름이 같이 적혀 있는지를 보시는 게 제일 확실해요.
커피에서 같은 단어가 산지도 되고 메뉴도 되는 경우가 있어요. 모카가 그 대표예요.
블랙으로, 옅게 볶은 걸로 드셔보세요. 진하게 볶으면 이 원두의 독특한 향이 다 타버려요.
그리고 잔마다 다를 수 있다는 걸 알고 드시면 덜 실망하세요. 그게 이 원두의 성격이거든요.
봉지에 모카라고 적혀 있으면 옆에 뭐가 더 적혔는지 한번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