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에 커피를 붓는 게 전부인 것 같은데, 집에서 하면 이상하게 실패하시더라고요.
아이스크림이 다 녹아서 흘러넘친 잔을 앞에 두고 사진만 찍고 계시던 손님이 계셨어요.
먹기 전에 이미 음료가 되어버린 거예요. 이 메뉴는 차가운 것과 뜨거운 것이 잠깐 같이 있는 순간을 먹는 거라, 그 시간을 못 잡으면 그냥 커피우유가 돼요.
그래서 가게에서는 만드는 순서를 꽤 신경 써요.
집에서 하실 때 이거 하나만 하셔도 반은 성공이에요.
잔을 냉동실에 십 분만 넣어두셨다가 쓰세요. 상온의 잔에 담으면 아래쪽부터 바로 녹기 시작해요. 유리잔이면 특히요.
세 번째가 중요해요. 미리 붓고 사진 찍으시면 그동안 계속 녹아요. 가게에서는 그래서 커피를 따로 드리기도 해요. 손님이 직접 부으시게요.
연한 커피를 부으면 아무 맛도 안 나요.
아이스크림이 아주 달아서 웬만한 커피는 다 묻혀요. 그래서 에스프레소를 쓰는 거예요. 집에 기계가 없으시면 드립을 평소 물의 절반으로 내리시거나 모카포트를 쓰시면 돼요.
양도 적게 쓰세요. 아이스크림 한 스쿱에 소주잔 하나 정도면 충분해요. 많이 부으면 그냥 커피에 아이스크림이 뜬 게 돼요.
바닐라를 쓰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과일이나 견과류가 섞인 건 커피랑 향이 부딪쳐요. 우유 맛이 진한 단순한 바닐라가 제일 잘 받아요. 저희도 여러 개 써봤는데 결국 바닐라로 돌아왔어요.
밀도가 높은 제품이 좋아요. 공기가 많이 들어간 가벼운 아이스크림은 커피를 붓는 순간 무너져요.
아포가토는 만드는 요리가 아니라 타이밍을 맞추는 일에 가까워요.
이건 손님들이 잘 모르시는 부분이에요.
젓지 마시고 위에서부터 떠 드세요. 커피가 스며든 윗부분이랑 아직 차가운 아랫부분이 다 다른 맛이거든요. 저으면 그게 하나로 섞여요.
다 먹고 잔 바닥에 남은 커피는 마셔도 돼요. 아이스크림이 녹아서 부드러워진 그게 은근히 맛있어요. 저는 그거 때문에 만들 때도 있어요.
집에서 해보실 거면 잔부터 냉동실에 넣어두세요. 그거 하나로 다른 음식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