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순식간에 빠지거나 하염없이 안 빠지면, 그건 원두 문제가 아니라 굵기 문제예요.
이건 맛보기 전에 이미 답이 나오는 거라 저는 제일 먼저 여쭤봐요. 몇 분 걸리시냐고요.
한 잔 기준으로 물이 다 빠지는 데 2분에서 3분 정도가 편해요.
그러니까 맛을 설명하실 필요도 없어요. 시계만 보시면 어느 쪽인지 바로 나와요. 저는 이 방법이 산미가 어떻고 하는 설명보다 훨씬 쓸모 있다고 생각해요.
그라인더가 있으시면 한 칸씩만 움직이세요. 두 칸씩 가면 반대쪽으로 넘어가요.
갈아둔 커피를 사시는 분은 굵기를 못 바꾸시죠. 그럼 가루 양과 물 붓는 속도로 조절하시면 돼요. 너무 빨리 빠지면 가루를 조금 늘리시고, 안 빠지면 물을 한 번에 몰아 붓지 마세요.
같은 원두라도 뭘로 내리시냐에 따라 굵기가 완전히 달라요.
드립은 설탕보다 조금 굵게, 모카포트는 그보다 가늘게, 프렌치프레스는 굵은 소금처럼요. 갈아서 사실 때 도구를 말씀하셔야 하는 이유가 이거예요.
저도 처음엔 이걸 몰라서 한참 헤맸어요. 원두를 계속 바꾸면서 왜 이러지 했는데, 굵기 하나가 문제였어요. 그때 쓴 돈이 아직도 좀 아까워요.
물이 안 내려간다며 커피 가루를 들고 오셨어요. 만져보니 밀가루처럼 고왔어요.
에스프레소용 굵기로 사신 거였어요. 드립으로 쓰시니 물이 통과를 못 하죠. 굵게 다시 갈아드렸더니 그날 바로 해결됐어요. 원두는 아무 잘못이 없었어요.
맛이 이상할 땐 혀보다 시계가 먼저예요. 시간은 거짓말을 안 하거든요.
오늘 집에서 내리실 때 한 번만 재보세요. 2분에서 3분 사이면 그 원두는 잘 쓰고 계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