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면 카페 테이블마다 연말 여행 얘기가 들려요. 손님들이 휴대폰으로 항공권 화면을 서로 보여주시면서 어디가 싸냐, 언제 가냐 이야기하세요. 카운터에서 들으면 아직 한참 남은 연말이 벌써 가게 안에 와 있는 것 같아요.
혼자 오신 손님이 한참 휴대폰을 보고 계셨어요. 제가 지나가다 보니 항공권 결제 화면이었어요.
손가락이 결제 버튼 위에서 몇 번이나 멈췄다가 내려왔어요. 그러다 결국 휴대폰을 엎어 놓으셨어요. "내일 다시 볼래요." 그러고는 라떼를 한 잔 더 시키셨어요. 떠나고 싶은 마음과 망설이는 마음이 그 잔 하나에 다 들어 있었어요.
연말 여행 얘기를 듣다 보면 비슷한 말이 나와요.
세 번째 얘기가 의외로 많아요.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은 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결국 혼자 가기로 하시는 분도 계세요. 혼자 여행 얘기를 하시는 분들 표정은 대개 담담해요. 그래서 오히려 더 기대하시는 게 보여요.
저는 연말에 가게를 쉬기 어려워요. 그래서 이 얘기들을 들으면 조금 부러워요.
대신 손님들이 여행 다녀와서 들려주시는 얘기를 기다려요. 거기서 마신 커피 얘기를 해 주시는 분이 꼭 계시거든요. 어느 나라 카페는 어땠는지, 잔이 어떻게 생겼는지. 저는 그걸로 여행을 대신해요.
손님들이 해 주신 말을 모아 봤어요.
첫째, 가고 싶은 곳부터 정하세요. 날짜와 가격은 그다음이래요.
둘째, 결제 전에 하룻밤 자 보세요. 다음 날에도 가고 싶으면 그때 사도 늦지 않대요.
셋째, 돌아오는 날 다음 날은 비워 두세요. 여행 다음 날 바로 출근하면 여행이 금방 잊혀진대요.
떠날 곳을 정해 두는 것만으로도 남은 가을이 덜 길게 느껴져요. 그 기대도 여행의 일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