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가을인데 연말 모임 장소를 묻는 전화가 오기 시작했어요. 저희처럼 작은 카페에도요. 술집 대신 카페에서 조용히 모이고 싶다는 문의가 해마다 조금씩 늘어나는 걸 카운터에서 느껴요.
며칠 전에 단골 손님 한 분이 대관 문의 전화를 주셨어요. 회사 동료들과 열 명 정도 모임이래요. 인원보다 먼저 이걸 물어보셨어요.
"술 안 마시는 사람이 반이라서요, 그냥 따뜻한 데서 얘기만 하고 싶어요." 음악은 크게 트는지, 오래 앉아 있어도 되는지를 꼼꼼하게 물으셨어요. 메뉴보다 분위기를 먼저 물어보시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이맘때 손님들이 주시는 전화를 들어보면 비슷한 말이 나와요.
세 번째 말이 제일 많아요. 연말 모임에서 정작 대화를 못 하고 돌아왔다는 경험이 있으신 거예요. 그래서 이번엔 얘기를 나누고 싶으시대요.
솔직히 저희 가게는 크지 않아서 큰 모임은 못 받아요. 그래도 몇 명 모임이면 가게 한쪽을 비워 드리고 음악을 낮춰 드려요.
메뉴도 따로 맞춰 드려요. 커피를 못 드시는 분을 위해 차 종류를 넉넉히 준비하고, 디저트를 접시에 담아 가운데 놓아 드려요. 다 같이 나눠 먹으면 대화가 더 잘 되더라고요.
문의 주신 손님들께 제가 드리는 말이에요.
첫째, 일찍 알아보세요. 연말이 가까워지면 작은 곳일수록 금방 차요.
둘째, 술 안 마시는 사람도 편한지 생각해 보세요. 모두가 같은 걸 마시지 않아도 같은 자리에 있을 수 있어요.
셋째, 끝나는 시간을 미리 정하세요. 길게 끄는 것보다 아쉬울 때 끝내는 모임이 다음을 부르더라고요.
연말 모임은 무엇을 마시느냐보다 누구와 무슨 얘기를 하느냐가 남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