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면 평일 낮에 카페에 오시는 직장인 손님이 늘어요. 남은 연차를 쓰고 있다는 분들이에요. 연말 전에 써야 하는데 막상 쉬는 날에 할 게 없어서 카페에 오셨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요.
평소엔 밤 열 시쯤 오시는 단골이 계세요. 그런데 어느 평일 오후 두 시에 오셨어요. 낮에 뵈니까 처음엔 못 알아볼 뻔했어요.
"연차인데 할 게 없어서 왔어요." 그러시고는 창가에 앉아 세 시간 동안 창밖만 보시다 가셨어요. 나가시면서 "낮에 오니까 여기 완전히 다른 가게 같네요" 하셨어요. 저도 낮에 그분을 보니 다른 사람 같았어요.
연차 쓰고 오신 분들 얘기를 모아 보면 비슷해요.
세 번째 말이 재미있어요. 쉬라고 준 날인데 쉬는 게 어색한 거예요. 그만큼 평소에 평일 낮을 볼 일이 없으셨던 거고요.
평일 낮 손님은 밤 손님과 결이 달라요. 밤엔 하루를 정리하러 오시고, 연차 낮엔 하루를 어떻게 쓸지 몰라서 오세요.
그래서 이분들은 오래 앉아 계세요. 책 한 권을 다 읽으시거나, 한참 동안 아무것도 안 하세요. 저는 그 모습이 좋아요. 가게가 쉬는 사람을 위한 자리가 되는 것 같아서요.
손님들이 해 보니 좋았다는 걸 모아 봤어요.
첫째, 계획을 하나만 세우세요. 병원이나 은행처럼 평일에만 되는 일 하나면 충분해요.
둘째, 나머지 시간은 비워 두세요.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날이라는 게 연차의 맛이래요.
셋째, 평소에 못 가던 시간대의 단골집에 가 보세요. 같은 가게도 시간이 다르면 다르게 보여요.
할 게 없는 하루도 쉬는 하루예요. 남은 휴가, 아끼지 말고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