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둘이 헤어지면서 다음에 보자는 말을 세 번쯤 주고받더라고. 그런데 날짜는 안 정하고 그냥 갔어.
그러면 대개 안 봐. 나는 그걸 여러 번 봤어.
단골 얘기로는 다들 그렇대. 서로 바쁠까 봐 못 정한다는 거지. 뉴스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고 하고. 나는 왜 그런지는 몰라. 객잔에서 본 것만 적을게.
이게 재밌는 대목이야. 무협 읽어보면 헤어질 때 날짜를 정하는 장면이 많아.
약조. 언제 어디서 보자고 못 박는 거야. 석 달 뒤 보름에 어느 객잔에서, 이런 식으로. 아주 구체적이야.
세 번째가 인상 깊더라고. 못 올 경우까지 미리 말해둬.
왜 그렇게까지 했냐면 사정이 있어. 강호엔 편지가 없어.
한 번 헤어지면 연락할 방법이 없거든. 그러니까 헤어지는 그 자리에서 다 정해놔야 해. 나중에 조율한다는 게 안 되는 거지.
그래서 무협 인물들이 정하는 방식이 아주 단순해. 조율을 안 해. 한쪽이 날을 부르고 다른 쪽이 알겠다고 하면 끝이야.
여기가 지금이랑 갈리는 자리인 것 같아.
지금은 연락이 되니까 나중에 정하면 되잖아. 그래서 그 자리에서 안 정해. 그런데 나중에 정하려면 서로 사정을 맞춰야 하고, 맞추려면 물어봐야 하고, 물어보는 게 부담이라 미루고. 미루다 안 보게 되는 거야.
무림인은 맞출 수가 없으니까 그냥 못 박았어. 그러면 안 맞으면 못 오는 거고 그건 그때 가서 아는 거지.
이게 중요한 대목이야. 약조를 못 지키는 게 무림에서 큰일이 아니었어.
길이 막힐 수도 있고 일이 생길 수도 있잖아. 그래서 못 오면 얼마나 기다릴지를 같이 정해. 하루를 기다리고 안 오면 간다는 식으로.
매복 얘기를 어제 했잖아. 언제까지 기다릴지를 정하고 들어간다고. 약조도 같은 결이야. 끝나는 지점이 있으니까 서로 안 미안해.
그 손님들한테 나는 다음엔 날을 정하고 가라고 말했어.
정확할 필요도 없어. 다음 달 첫 주쯤이라고만 해도 그게 없는 것보다 훨씬 나아. 날이 있으면 그때 가서 조정이라도 하지, 없으면 조정할 게 아예 없거든.
동행 얘기를 전에 했잖아.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못 간다고. 이것도 같아. 정해두면 굴러가고 안 정하면 안 굴러가.
언제 볼지 정하고 가. 날만 박아두면 나머지는 알아서 굴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