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그러더라고. 종이가 오가는 대목마다 뭔지 몰라서 앞을 다시 본다고.
묶어보니 다섯이야. 한 장으로 정리해둘게.
영웅첩 — 여럿한테 돌려. 모이라는 거고, 안 가도 아무 일 없어 비무첩 — 한 사람한테 가. 붙자는 거고, 안 나가면 기록이 남아
둘 다 적은 적이 있고 갈라둔 적도 있어. 몇 명한테 갔나로 갈려.
신표 — 문파 사람이라는 표시야. 종이가 아니라 패인 경우가 많지만 하는 일은 같아 혈서 — 자기 몸으로 쓴 거야. 뒤에 아무도 없을 때 쓰는 거고
신표는 뒤에 문파가 있다는 증명이고 혈서는 뒤에 아무도 없다는 증명이야. 방향이 반대인데 둘 다 나를 믿어달라는 종이지.
은표 — 전장에 맡기고 받는 거야. 어디서나 바꿔줘야 값을 해
이건 하나뿐이야. 전장 얘기랑 은표 얘기에 적어뒀어. 무거운 은자를 못 지고 다녀서 생긴 거고, 어디까지 통하느냐가 그 종이의 값이야.
비급 — 무공이 적힌 거야. 대개 반쪽이지 구결 — 그 안에 적힌 문장들이고. 압축본이라 빠진 게 있어
무공 비급이 왜 항상 반쪽이냐는 얘기랑 구결 얘기를 각각 적었어. 비급은 물건이고 구결은 내용이야. 비급을 주워도 구결을 못 읽으면 소용이 없지.
부르는 것, 증명하는 것, 값이 되는 것, 배우는 것. 넷으로 묶이고 그 안에 다섯 종류가 들어가.
공통점이 하나 있어. 다 사람 손으로 옮겨. 무림엔 왜 편지가 없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소식이 사람 입으로만 돌았다고. 종이도 똑같아. 누가 들고 가야 도착해.
그래서 종이가 오가는 대목에는 반드시 옮긴 사람이 있어. 그놈이 누구냐가 대개 중요해져.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종이가 나오면 그냥 넘겼어.
지금은 하나만 물어봐. 이게 부르는 거냐 증명하는 거냐 값이냐 배우는 거냐. 넷 중 하나면 그다음이 뭐가 올지가 잡혀.
어떤 종이가 나왔는지 말해봐. 어느 칸인지 놓아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