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하나가 인물 이름을 대는데 발음은 정확한데 글자로 못 쓰더라고. 귀로만 들었대.
나는 그게 나쁘다고 안 봐. 다만 무협에서 이게 좀 특이한 문제를 만들어.
무협 입문에서 막히는 게 한자어가 아니라 이름이라고 내가 전에 말했잖아. 여기에 붙는 얘기야.
이 장르는 이름이 너무 많아. 인물 이름, 별호, 문파 이름, 초식 이름. 그런데 그게 글자로 봐야 갈리는 것들이야. 소리로만 들으면 비슷비슷하게 뭉개져.
세 번째는 오히려 편할 수도 있어. 어차피 초식 이름은 흘려도 되거든. 문제는 앞의 둘이야.
그렇다고 듣기가 손해만 있는 건 아니야. 오히려 나아지는 대목이 분명히 있어.
대사가 살아나. 무협은 말이 많은 장르잖아. 술자리에서 협상하고, 싸우면서 떠들고, 사부가 훈계하고. 그게 소리로 들어오면 훨씬 그럴듯해져.
그리고 말투가 옮는 게 더 빨라. 무협 읽으면 말투가 옮는다고 했잖아. 소리로 들으면 그게 배로 붙어. 귀로 들어온 리듬이라 그래.
여기가 핵심인데, 듣기로 빠지는 건 싸움 장면이 아니야.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대목이 빠져.
무협 명장면은 대개 조용한 데 있다고 내가 여러 번 말했잖아. 인물이 말없이 앉아 있거나, 술잔을 안 드는 대목 같은 거. 그런 데는 문장이 짧고 여백이 많은데, 소리로 들으면 그냥 지나가버려.
눈으로 보면 거기서 저절로 멈추거든. 줄이 비어 있으니까. 귀는 안 멈춰. 계속 흘러가지.
이것도 겪어보면 알아. 읽다 딴생각이 드는 게 이 장르가 주는 거라고 했는데, 듣기에서는 그게 다르게 나와.
눈으로 읽다 딴생각이 들면 줄이 멈춰. 그러다 정신 차리고 다시 그 줄로 돌아가지. 귀로 듣다 딴생각이 들면 소리는 계속 가. 정신 차리면 이미 다섯 편쯤 지나 있어.
그래서 듣기로 보면 다 들었는데 남는 게 적다는 말이 나오는 거야. 실제로 안 들은 구간이 있는 거지.
내 방법이 정답은 아닌데 그냥 적어둘게.
처음 잡는 작품은 눈으로 봐. 인물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만. 대개 열 편이면 돼. 누가 누군지 정리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귀로 들어도 안 헷갈려.
그리고 좋았던 대목은 눈으로 한 번 더 봐. 소리로 지나간 자리에 뭐가 있었는지 그때 보이거든. 무협은 두 번째 읽을 때 딴 게 보인다는 얘기가 여기서도 통해.
솔직히 나는 눈이 편한 쪽이야. 근데 그건 내가 밤에 등불 켜놓고 앉아 있는 놈이라 그런 거고.
일하면서 듣는 사람, 눈이 피곤한 사람한테 눈으로 보라고 하는 건 그냥 못 보게 하는 소리잖아. 안 보는 것보다 듣는 게 낫지.
귀로 듣다가 놓친 대목 있으면 말해봐. 그 자리는 눈으로 다시 보면 돼. 그거 찾아주는 건 내가 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