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단말기를 들고 오신 분이 계셨어요. 그러면서 종이책을 두 권 빌려 가셨어요.
그날 다른 손님이 요즘은 다들 전자책으로 읽는다고 하시더군요. 뉴스에서 들으셨답니다. 저는 그 두 장면을 같이 봤습니다.
단말기를 쓰시는 분들이 도서관에 안 오시는 게 아니죠. 오히려 자주 오세요.
읽는 양이 많은 분들이 두 가지를 다 쓰시더군요.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밀어낸 게 아니라 용도가 나뉜 겁니다.
이동 중이거나 밤에 불을 못 켤 때는 화면이 낫죠. 여러 권을 갖고 다니기도 좋고요.
그래서 저는 종이만 진짜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 말은 읽는 사람을 편 가를 뿐이더군요.
무엇으로 읽었는지는 오래 남지 않는다. 무엇을 읽었는지만 남는다.
두께가 손에 잡히면 어디쯤 왔는지가 몸으로 와요. 화면에서는 그게 숫자로만 오죠.
그리고 종이책은 펼쳐놓으면 그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켜야 시작되는 것과 이미 열려 있는 것은 손이 가는 빈도가 다르더군요.
전자책은 언제든 읽을 수 있어서 미뤄집니다. 도서관 책은 돌려줘야 하니까 손이 가고요.
그 손님도 그래서 두 권을 빌려 가신 거예요. 안 읽히던 책을 종이로 다시 빌려서 끝내신다고요.
화면으로 읽으면 안 남는다고 걱정하시는 분도 있어요. 저는 그것도 사람마다 다르다고 봅니다. 어디에 밑줄을 긋든 고르는 일은 똑같이 하는 거니까요.
무엇이 표준이 될지는 제가 정하지 못합니다. 몇 년 뒤에 여기 서가가 어떤 모양일지도 모르고요.
다만 오늘 이 열람실에는 두 가지를 다 쓰는 사람들이 앉아 있죠. 어떻게 읽을지는 각자가 정하면 되는 일이고, 정하고 나면 도구는 도구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