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하시냐는 물음에 세 문장으로 설명하시다가, 결국 그냥 회사 다닌다고 답하셨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설명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두 가지를 한 이름으로 답하려니 막힌 겁니다.
일과 직업은 둘 다 내가 시간을 쓰는 것을 가리킵니다.
둘 다 생활을 채우고, 둘 다 나를 설명하는 재료입니다. 그래서 하나로 물어보고 하나로 답하시게 되는데, 가리키는 것이 다릅니다.
일은 하는 것이고 직업은 불리는 것입니다.
일은 실제로 시간을 쓰는 내용입니다.
자료를 정리하고, 사람 사이를 잇고, 안 되는 것을 되게 만듭니다. 구체적이고,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회사 안에서도 다릅니다.
일은 이름이 없어도 존재합니다. 아무도 안 불러줘도 매일 하고 있으니까요.
직업은 그 일에 붙은 이름입니다.
교사, 간호사, 개발자. 한 단어로 되어 있고 남들이 알아듣습니다. 그래서 직업은 짧게 답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하는 일에 딱 맞는 이름이 없을 때 생깁니다. 여러 일이 섞여 있거나, 새로 생긴 일이거나, 회사 안에서만 통하는 자리면 부를 이름이 없죠. 그러면 설명이 길어집니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두 번째가 부족한 상태는 아닙니다. 다만 소개하는 자리마다 힘이 들 뿐이지요.
여기가 오늘의 요점입니다.
밖에 설명하기 어려운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나도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 흐려진다는 겁니다. 이름이 없으면 쌓이는 감각이 안 생깁니다. 삼 년을 해도 뭘 했는지 한 줄로 안 나오고요.
그러면 다른 데로 옮길 때도 곤란해집니다. 옮기는 쪽에서는 이름으로 사람을 찾으니까요.
직업이 있으시면 할 일은 없습니다.
이름이 없으시면 할 일은 직함을 바꿔달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내가 하는 일에 스스로 이름을 붙여보는 것입니다. 한 단어가 안 되면 두세 단어여도 됩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소개할 때 써보시면 됩니다. 몇 번 쓰다 보면 그게 이름이 됩니다. 이름이 붙으면 그때부터 쌓이는 게 보이겠지요.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하고 계신 것은 분명합니다. 부를 이름이 있는지만 보시죠.
구분이 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