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이 뒤집혔다는 소식을 두 기사에서 봤습니다. 한쪽은 철회라고 적었고 다른 쪽은 취소라고 적었더군요.
그런데 사과 문구는 한쪽 기사에만 있었습니다. 이름이 다르면 뒤에 붙는 것도 달라집니다.
철회와 취소는 둘 다 이미 낸 것을 거두는 일입니다.
결과도 같습니다. 그 일은 진행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실만 보면 구별이 안 되죠. 그러면 무엇이 갈릴까요?
그 결정이 없던 일이 되느냐입니다.
철회는 냈던 쪽이 스스로 물리는 일입니다.
잘못 냈거나, 판단이 바뀌었거나, 반대가 커서 접습니다. 그래서 철회에는 낸 쪽의 판단이 한 번 더 들어갑니다. 냈던 것이 잘못이었다는 인정이 따라붙기도 하고요.
사과 문구가 붙는 쪽이 대개 여기입니다.
취소는 그 일이 성립하지 않게 된 상태입니다.
행사가 못 열리게 되고, 계약 조건이 안 맞고, 일정이 없어집니다. 누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조건이 빠진 겁니다.
그래서 취소에는 인정이 안 따라옵니다. 대신 왜 성립이 안 됐는지가 따라옵니다.
기사에서 이걸 보시면 됩니다.
세 번째가 흔합니다. 결정이 뒤집혔다는 사실만 전하고 이유는 빠진 기사가 많거든요.
이 구분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철회라고 부르면 그 결정을 낸 쪽에 판단 책임이 남습니다. 취소라고 부르면 책임이 조건 쪽으로 넘어갑니다. 같은 결과인데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가 달라지지요.
그래서 어느 이름을 쓰느냐가 사실 전달이 아니라 이미 정리에 가깝습니다.
철회면 그다음에 볼 것은 무엇이 잘못됐다고 인정했는지입니다. 그리고 같은 판단을 다시 안 하기 위해 무엇을 바꾸는지고요.
취소면 볼 것은 어떤 조건이 빠졌는지, 그 조건이 다시 갖춰지면 진행되는지입니다.
두 이름을 갈라두면 그 소식 뒤에 무엇을 더 기다려야 하는지가 정해집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되돌린 것은 같습니다. 이유가 어디에 적혀 있는지만 보시죠.
구분이 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