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마다 동네 도서관에 가요. 창가 열람석 자리를 좋아하지요.
책을 한 권 골라 앉는데 사실 몇 장 못 읽어요. 대부분은 창밖을 보거나 그냥 앉아 있다 오네요.
처음엔 책 읽으러 가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몇 주 다녀보니 아니더라고요. 집에서도 읽을 수 있는 책인데 굳이 거기 가서 앉아 있는 거였지요. 제가 찾던 건 책보다 그 자리였던 것 같아요.
도서관은 이상한 곳이에요.
다들 조용히 자기 일을 하고 있지요. 아무도 말을 걸지 않고요. 그런데 혼자 있는 느낌은 아니에요. 같은 공간에서 다들 각자 무언가에 잠겨 있으니까요. 집에서 혼자 있을 때와는 다른 고요함이네요.
서로 말을 걸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는 조금 덜 혼자가 된다.
지난주엔 맞은편에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 계셨어요.
신문 한 면을 펼쳐두셨는데 두 시간 동안 그 면을 넘기지 않으셨지요. 대부분 창밖을 보고 계셨어요. 그러다 조용히 신문을 접어 제자리에 꽂고 나가시더라고요. 저와 같은 이유로 오신 분이구나 싶었네요.
카페에 오래 앉아 있으면 괜히 눈치가 보이지요.
뭘 더 시켜야 하나 싶고요. 그런데 도서관에서는 그런 게 없어요. 아무것도 안 해도 되고, 아무것도 안 사도 되지요. 그냥 앉아 있어도 되는 자리가 생각보다 드물더라고요.
그래도 가끔은 몇 장이 술술 읽히는 날이 있어요.
그런 날은 창밖에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 때였어요. 바깥이 흐리면 안쪽에 더 집중이 되나 봐요. 그날 읽은 몇 장은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도서관에 가는 이유를 누가 물으면 아직도 잘 대답을 못 해요.
책 읽으러 간다고 하기엔 읽는 게 너무 적으니까요.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은 자리가 필요했던 거겠지요. 그런 자리가 하나쯤 있으면 한 주를 견디기가 조금 수월한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