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납된 책에서 종이가 한 장 나왔습니다. 날짜가 셋 적혀 있었고 셋 다 첫 주였죠.
앞서 책 사이에서 나오는 물건 얘기를 적었는데, 이런 종이가 가장 마음에 남습니다.
일기가 끊기는 자리를 보면 대개 비슷합니다. 첫 며칠을 너무 잘 쓰십니다.
길게, 정리해서, 문장을 다듬어서요. 그러면 그게 기준이 됩니다. 그다음부터는 그만큼 못 쓸 것 같은 날에 아예 안 펴게 되죠.
앞서 읽을 시간 만드는 얘기에서 분량을 작게 잡으라고 적었는데 여기도 같습니다. 크게 잡으면 못 하는 날이 생기고, 못 한 날이 생기면 그걸로 끝납니다.
저는 한 줄을 권합니다. 오늘 있었던 일 하나든, 지금 기분 한 단어든요.
한 줄은 어떤 날에도 됩니다. 그리고 한 줄 쓰려고 폈다가 열 줄 쓰는 날이 생기죠. 반대로 열 줄이 목표면 못 쓸 것 같은 날에 안 폅니다.
빈 날을 안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잘 쓰는 건 그다음이고요.
또 하나 흔한 끊김이 이겁니다. 사흘 빠지면 그 사흘을 채워야 할 것 같아지죠.
채우지 마시고 오늘부터 다시 쓰시면 됩니다. 앞서 읽다 만 책 다시 잡는 순서에서 처음부터 다시 읽지 마시라고 적었는데 같은 자리입니다. 빈 자리를 메우려다 아예 못 돌아옵니다.
이것도 자주 듣는 이유입니다. 나중에 누가 볼까 봐 솔직히 못 쓰신다고요.
그러면 좋은 말만 적게 되고, 좋은 말만 적으면 쓸 이유가 없어집니다. 앞서 일기와 서간집을 적으면서 다듬지 않은 글의 값을 얘기했는데, 다듬기 시작하면 그 값이 사라집니다.
안 보여주실 거면 그렇게 정해두시면 됩니다. 종이에 쓰시고 따로 두시거나, 잠금이 되는 앱을 쓰시거나요.
매일 무엇을 쓸지 고르는 것도 힘이 듭니다. 틀을 하나 정해두시면 그 고민이 없어지죠.
오늘 있었던 일 하나, 좋았던 것 하나, 내일 할 것 하나. 이 정도면 됩니다. 앞서 메모 얘기에서 적었듯 적는 양보다 다시 볼 수 있는 형태인지가 중요합니다.
기록이 끊기는 것은 쓸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쓸 말이 충분해야 한다고 정해서다.
저는 그 종이를 며칠 보관했다가 연락드렸습니다. 찾아가시면서 웃으시더군요.
한 줄이면 됩니다. 넉 줄이 안 되셨어도 그 셋은 남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