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누가 먼저 자는지가 거의 정해져 있거든. 나는 이것도 세보게 됐어.
우리 집은 동생이 제일 먼저고 내가 제일 나중이야. 몇 년째 그렇다니까.
피곤한 순서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제일 늦게 자는 사람이 제일 안 피곤한 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굳은 거잖아. 아무도 정한 적이 없는데.
집안일 중에 내 몫이 굳은 거랑 같은 거라니까. 몇 번 하면 그게 자리가 되는 거고.
칼손 저희 집은 아빠가 제일 먼저 주무세요.
이상한 걸 하나 봤는데, 먼저 자러 들어가는 사람이 방문을 반쯤 열어두고 가더라.
완전히 닫고 가면 되는데 안 닫아. 나는 그게 뭔가 싶었다니까.
물어보니까 그냥 습관이래. 근데 매번 그러잖아.
한참 생각하니까 알겠더라. 반쯤 열어두면 밖에 소리가 좀 들어오잖아.
자는 쪽도 집에 사람이 있다는 게 들리는 거고, 남은 쪽도 안에 사람이 있는 게 보이는 거고.
완전히 닫으면 그게 없어지는 거라니까. 혼자 있는 게 되는 거니까.
돌부처 닫으면 끊기지.
그리고 제일 늦게 자는 사람이 제일 조용하게 움직이더라. 나도 그러고 있었어.
문 닫는 소리도 조심하고 불도 하나씩 끄고. 남은 사람이 없으니까 오히려 더 조심하는 거잖아.
먼저 자는 사람은 누가 깨워도 되는데 마지막은 깨울 사람이 없는 거고.
그리고 순서가 바뀐 날이 있으면 그날은 뭔가 있었던 거더라. 그것도 세고 있어.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집에서도 세고 나서야 알거든. 그냥 순서인 줄 알았잖아.
근데 반쯤 열어둔 문이 그게 아니었더라. 남은 사람한테 뭘 하나 두고 가는 거였고.
방에서 스피커를 안 끄는 거랑 같은 거잖아. 소리 하나 남겨두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