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앉으면 물을 먼저 따라주는 사람이 정해져 있거든. 나는 이것도 세보게 됐어.
셋이 앉으면 매번 같은 애가 먼저 손을 뻗더라.
잘 보니까 따라주는 애가 자기 컵은 제일 마지막에 채워. 남 걸 다 채우고 나서야 자기 걸 하는 거잖아.
그게 매번 그렇다니까. 한 번도 자기 걸 먼저 한 적이 없어.
마지막 하나를 안 집는 거랑 비슷한 건데, 이건 순서 쪽인 거고.
칼손 저는 그냥 앉아 있어요.
친절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물어보니까 아니더라. 그 자리가 안 어색해지려고 그런다는 거야.
뭐라도 하고 있으면 말을 안 해도 되잖아. 손이 움직이고 있으면 그 자리가 안 비니까.
첫 마디 꺼내는 자리가 힘들다고 내가 그랬는데, 이건 첫 마디 대신 손을 쓰는 거라니까.
반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있는 애가 그 자리를 제일 편해하는 거더라. 아무것도 안 해도 되니까.
그러니까 따라주는 애가 제일 신경을 쓰고 있는 거잖아. 편한 사람은 가만있는 거고.
시계 먼저 보는 사람이랑 같은 거라니까. 먼저 하는 쪽이 제일 재고 있는 거니까.
돌부처 가만있는 게 제일 편하지.
지금은 내가 먼저 따르려고 한다니까. 그 애가 안 해도 되게.
한 번 해봤더니 진짜 어색하지가 않더라. 손이 움직이니까 말을 안 해도 되고.
근데 그 애가 그다음에 다른 걸 하고 있더라. 물수건을 돌리든 뭐든.
그리고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있는 애를 뭐라고 안 한다니까. 그 자리가 편한 것도 좋은 거잖아.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이런 걸 세고 나서야 알거든. 친절한 애인 줄만 알았잖아.
근데 먼저 하는 건 다 같은 이유더라. 어색한 게 무서운 거니까.
그러면 그 어색함을 내가 한 번씩 대신 지면 되는 거라니까. 그거는 할 수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