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누가 누구를 챙기는지 종이에 그려봤거든. 이름 쓰고 화살표 긋는 거.
누가 누구한테 먼저 말을 거는지, 누가 누구 자리를 봐주는지. 그걸로 그렸어.
그려놓고 보니까 화살표가 한쪽으로 몰려 있더라. 받는 쪽이 몇 명 안 돼.
주는 쪽은 여럿인데 받는 쪽이 셋으로 몰려 있는 거잖아. 나는 그게 좀 의외였어.
인기 많은 애들이 아니었거든. 그냥 챙김을 받는 자리에 있는 애들이더라.
불나방 저는 화살표가 없어요?
제일 걸린 게 이거였어. 화살표를 다 그리고 나니까 아무도 안 가리키는 애가 둘이더라.
받는 것도 없고 주는 것도 없는 거잖아. 그냥 앉아만 있었던 거고.
나도 그 둘을 안 챙기고 있었다니까. 그리기 전에는 몰랐어.
이게 그리기 전에는 안 보이는 거였거든. 방에 있으면 다들 잘 지내는 것 같잖아.
근데 화살표로 그으니까 비어 있는 데가 딱 보이더라. 사람은 다 있는데 선이 없는 거고.
없어진 걸 세는 게 어렵다고 내가 그랬는데, 이건 없는 걸 세는 방법이었던 거라니까.
돌부처 그려봐야 알지.
그리고 나서 그 둘한테 먼저 갔거든. 뭘 물어본 건 아니고 그냥 옆에 앉았어.
한 명은 며칠 만에 말이 늘었고 한 명은 아직 그대로야. 그건 시간이 더 걸리는 거고.
근데 적어도 이제 화살표가 하나씩은 있잖아. 내 거라도.
그리고 그린 종이는 그날 버린다니까. 남아 있으면 그게 명단이 되잖아.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방 안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도 다 몰랐거든. 다 보고 있는 줄 알았잖아.
근데 그려보니까 내가 못 본 데가 있더라. 그것도 둘이나.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그린다니까. 이름은 안 적고 자리로만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