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수확 철이 되자 주말농장을 하는 손님들이 카페에 들르세요. 흙 묻은 장화를 신고, 비닐봉지에 직접 키운 채소를 담아 오세요. 카운터에서 보면 이맘때 주말 오후엔 가게 안에 흙냄새와 커피 냄새가 같이 나요.
흙이 잔뜩 묻은 장화를 신고 들어오신 손님이 계셨어요. 비닐봉지에서 무 하나를 꺼내 카운터에 올려놓으셨어요. 모양이 조금 삐뚤었어요.
"제가 키운 거예요. 모양은 이래도 맛은 장담해요." 수줍게 웃으셨어요. 그날 저녁 그 무로 국을 끓여 먹었는데, 정말 달았어요. 다음에 오셨을 때 맛있었다고 말씀드리니 아이처럼 좋아하셨어요.
세 번째 얘기를 듣고 웃었어요. 그래서 저한테까지 오는 거였구나 싶었어요. 그 덕분에 이맘때 가게 냉장고엔 손님들이 주신 채소가 늘 조금씩 있어요.
주말농장 손님들은 대개 따뜻한 걸 시키세요. 아침부터 밭에서 일하다 오셔서 몸이 차갑대요. 그리고 오래 앉아 계시진 않아요. 집에 가서 채소 손질해야 한대요.
어떤 분은 수확한 고구마로 라떼를 만들어 달라고 하셨어요. 앞서 고구마 라떼 얘기를 드린 적이 있는데, 손님이 직접 키운 고구마로 만든 건 처음이었어요. 그 잔은 손님과 반씩 나눠 마셨어요.
손님들이 해 주신 말을 모아 봤어요.
첫째, 작게 시작하세요. 처음부터 넓게 하면 감당이 안 된대요.
둘째, 키우기 쉬운 것부터 해 보세요. 상추나 무처럼요.
셋째, 다 같이 나눠 먹을 생각으로 하세요. 혼자 먹기엔 늘 많대요.
직접 키운 건 모양보다 마음이 먼저 보여요. 오늘 받은 작은 선물도 그런 마음이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