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둔 손님이 메모를 보여 주셨습니다. 『차라투스트라』에서 옮겨 적은 문장이었죠. 무엇을 위한 자유인가. 그만두고 나니 자유롭긴 한데, 오히려 하루가 막막하다고요. 그 질문이 꼭 자기한테 하는 말 같았다고 하시더군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1부의 한 장입니다. 차라투스트라는 무리를 떠나 홀로 제 길을 가려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죠. 그런데 응원만 하지 않습니다.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지죠.
너는 새로운 힘이며 새로운 권리인가? 첫 움직임인가? 스스로 굴러가는 바퀴인가?
앞서 낙타 사자 아이를 적었는데, 이 질문들은 그 아이의 모습과 겹칩니다. 홀로 가려면 스스로 움직일 힘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이 장의 핵심은 이 대목입니다.
차라투스트라는 묻습니다. 너는 스스로 자유롭다고 하는가? 그러고는 말하죠. 네가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운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네 눈이 내게 분명히 말해 주어야 한다, 무엇을 위해 자유로운지를.
벗어나는 자유와 향하는 자유. 회사에서, 관계에서, 의무에서 벗어나는 건 시작일 뿐이라는 거죠. 그 자리에 무엇을 세울지가 진짜 질문이라는 겁니다. 앞서 니체 자유정신을 적으며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여기서는 더 날카롭게 묻습니다.
같은 장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도 말합니다. 네가 만날 가장 나쁜 적은 언제나 너 자신일 것이다. 앞서 나에게만 엄격한 성격을 적으며 이 문장을 빌렸죠.
홀로 가는 길에서는 남이 아니라 제 안의 의심, 게으름, 두려움이 가장 큰 적이 됩니다. 니체는 그걸 알았기에 쉽게 권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길을 가려는 사람에게 사랑과 경멸을 함께 품고 가라고 했죠. 제 자신을 사랑하되, 지금의 제게 머물지 않도록요.
문을 박차고 나온 것은 끝이 아니다. 그 문밖에서 무엇을 지을지 정할 때 비로소 너는 자유로워진다.
벗어난 뒤에 세울 것을 하나 정하십시오.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번 달에 할 일 하나요. "왜 떠났나"보다 "어디로 가나"를 물으십시오. 제 안의 적을 알아 두십시오. 길이 막힐 때 그게 바깥 문제인지 제 안의 목소리인지 구분하는 겁니다.
그 손님은 그날 목공 입문서와 공방 창업 책을 빌려 가셨습니다. 무엇을 위한 자유인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고요. 막막하던 하루에 할 일이 생겼다고 하시더군요.
벗어나는 순간은 짧고, 그다음의 날들은 깁니다. 저는 그 긴 날들을 무엇을 위해 쓸지 스스로 묻고, 그 대답으로 제 길을 하나씩 지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