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확정하고 사표를 낸 날, 친한 선배에게서 "거기 요즘 분위기 안 좋다더라"는 말을 들으신 분이 계셨습니다.
그날 밤 합격 메일을 다시 열어보셨다고요. 그 분은 당황했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메일을 다시 연 그 손은 당황이 아니라 동요입니다.
동요와 당황은 둘 다 예상 밖의 무언가 때문에 마음의 평정이 깨진 상태입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생각이 빨라지고, 무엇이 맞는지 다시 따지게 됩니다. 흔들린다는 점이 같으니 섞어 부르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당황은 갑작스러운 상황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것이고, 동요는 갖고 있던 확신이나 결정이 흔들리는 것입니다.
당황은 대응의 문제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말이나 일이 눈앞에 나타났고, 지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당황은 짧습니다. 그 순간을 넘기면 대개 가라앉죠. 선배의 말을 들은 그 자리에서 말문이 잠깐 막혔다면 그게 당황입니다.
당황과 황당, 낭패감과 당혹감의 차이는 전에 다룬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동요와의 경계만 보겠습니다.
동요는 믿고 있던 것의 문제입니다.
이직은 이미 정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정이 맞는지가 흔들립니다. 그래서 동요는 그 자리를 떠나도 이어집니다. 그날 밤 합격 메일을 다시 연 것처럼요. 동요는 순간이 아니라 결정의 바닥이 흔들리는 일입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당황은 시간이 지나면 풀리지만, 동요는 시간만으로는 잘 풀리지 않습니다. 흔들린 바닥을 다시 확인해야 하니까요. 그날 밤 메일을 다시 연 것도 그 확인이었겠지요.
당황이라면 숨을 고르고 지나가시면 됩니다.
동요라면 흔들린 결정을 다시 들여다볼 근거를 모으셔야 합니다. 선배가 들은 말이 무엇이었는지, 내가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를 나란히 놓고요. 흔들림의 크기는 그 두 줄을 비교하면 보입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평정이 깨진 것은 같습니다. 결정이 흔들렸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