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시키면 물이 같이 나오죠. 그거 왜 주는지 물어보신 분이 계셨어요.
원래는 입을 비우라고 드리는 물이에요.
앞에 먹은 음식이나 마신 것의 맛이 입에 남아 있으면 커피 첫 모금이 제대로 안 느껴져요. 밥 먹고 바로 커피를 드시면 유난히 밍밍하게 느껴지는 게 그래서예요.
그래서 커피 전에 물을 한 모금 드시고 시작하시면 첫 모금이 확 달라져요. 저는 손님이 물어보시면 이렇게 말씀드려요.
가게에서 권해드리는 순서는 이래요.
물을 먼저 다 비우시는 분이 계셨는데, 그러고 나서 계속 더 달라고 하셨어요. 처음부터 나눠 드셨으면 한 잔으로 충분했을 거예요.
에스프레소나 진하게 내린 드립을 드실 때는 물이 거의 필수예요.
혀가 강한 맛에 금방 익숙해져서, 두 모금째부터는 처음만큼 안 느껴지거든요. 중간에 물을 한 모금 넣으면 혀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요. 그래서 잔이 작은 메뉴일수록 물을 같이 드리는 거예요.
가게에서 시음을 여러 잔 하실 때도 마찬가지예요. 저희끼리 원두를 볼 때도 잔 사이마다 물을 마셔요. 안 그러면 세 번째 잔부터는 구별이 안 돼요.
이건 잘 안 알려진 부분이에요.
얼음물을 마시고 바로 뜨거운 커피를 드시면 혀가 놀라서 맛을 잘 못 잡아요.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저희는 뜨거운 커피에는 미지근한 물을 드리려고 해요.
여름에 아이스만 나갈 때는 그냥 찬물로 드리고요. 같이 차가우면 상관없거든요.
물은 커피를 씻어내는 게 아니라 다음 한 모금을 준비해주는 거예요.
물 더 달라고 말씀하시는 걸 미안해하시는 분이 많은데 전혀요.
저희는 물을 넉넉히 준비해둬요. 오히려 물 없이 진한 커피만 계속 드시고 나가시면 그게 더 신경 쓰여요. 속이 부대끼실 수 있거든요.
집에서 커피 내려 드실 때도 옆에 물 한 잔 두고 시작해보세요. 도구를 바꾸는 것보다 이게 더 크게 느껴지실 수도 있어요. 돈이 하나도 안 드는 방법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