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이 끝나고 손님 한 분이 대출대에서 털어놓으셨습니다. 다들 그 책을 칭찬했는데 자기는 별로였다고요. 그런데 말을 못 하고 모임 내내 고개만 끄덕였다고 하시더군요. 저 혼자 이상한 사람 될까 봐요.
분위기를 깨기 싫습니다. 다들 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제가 반대하면 흐름이 끊기죠. 혼자 틀린 것 같습니다. 여럿이 같은 말을 하면, 다른 생각을 가진 제가 뭔가 놓친 것 같더군요. 미움받을까 걱정됩니다. 앞서 미움받을까 불안한 마음을 적었는데, 반대 의견은 그 불안을 가장 크게 건드리죠. 말을 정리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생각은 있는데 그 자리에서 조리 있게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들 같은 말만 하는 자리는 편하지만, 새로운 것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 손님의 독서모임도 그날 칭찬만 오갔다면, 그 책의 다른 얼굴은 아무도 못 봤을 겁니다.
앞서 독서모임 고르는 기준을 적으며, 무슨 책을 읽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죠. 다른 의견이 나와야 이야기가 깊어지더군요.
앞서 니체 관점주의를 적었습니다. 한 대상을 더 많은 눈으로 볼수록 그 대상을 온전히 알게 된다고 했죠. 다른 의견은 그 자리에 다른 눈 하나를 보태는 일입니다.
또 니체 우정론에서는 좋은 벗은 서로에게 맞설 줄 안다고 했습니다. 맞섬이 관계를 깨는 게 아니라 깊게 만든다는 거죠.
모두가 같은 창으로 내다보는 방은 어둡다. 다른 창을 하나 내는 자가 그 방에 새 빛을 들인다.
동의하는 부분부터 말하십시오. "그 장면은 저도 좋았어요. 그런데 저는…" 반대가 아니라 덧붙임으로 들리죠. 제 경험으로 말하십시오. "이 책이 나쁘다"보다 "저한테는 잘 안 읽혔어요"가 부드럽습니다. 질문으로 꺼내 보십시오. "다들 이 부분은 어떻게 읽으셨어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저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자리가 끝난 뒤에라도 말하십시오. 그 자리에서 못 했다면 나중에 한 사람에게라도요.
다음 모임 때 그 손님은 용기를 내셨다고 합니다. 저는 그 책이 좀 어려웠어요, 하고요. 그랬더니 두 사람이 자기도 그랬다며 손을 들었다고 하시더군요. 그날 모임이 가장 길어졌다고요.
다른 생각을 꺼내는 일은 앞으로도 떨릴 겁니다. 그래도 저는 고개만 끄덕이며 지나가지 않고, 제 눈에 보인 것을 하나의 창으로 조심스럽게 내어 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