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나온 동네에 다녀오셨다며 그 책을 다시 빌려 가신 분이 있었습니다.
같은 책인데 다시 읽고 싶어지셨던 거죠. 앞서 다시 읽을 책 고르는 기준을 적었는데, 여기 한 가지가 더 붙습니다.
읽을 때 우리는 배경을 짐작으로 채웁니다. 앞서 희곡에서 무대를 세워야 읽힌다고 적었는데, 소설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그 자리에 실제로 다녀오면 짐작이 기억으로 바뀝니다. 그다음에 같은 문장을 읽으면 거리의 폭이나 빛의 방향 같은 게 붙어 있죠. 읽는 속도까지 달라집니다.
거창하게 가시지 않아도 됩니다.
그 대목만 복사하거나 찍어 가십시오. 책을 통째로 들고 다니면 무겁고, 현장에서 펼 일은 몇 쪽뿐이더군요.
지금 지명을 확인하십시오. 옛 이름이 바뀐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도서관에서 확인해드릴 수 있고, 앞서 적은 향토자료실에 옛 지도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엇이 남아 있는지 미리 보십시오. 없어진 자리가 훨씬 많습니다. 모르고 가시면 헛걸음처럼 느껴지죠.
여기가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대목입니다.
그 건물이 헐렸거나 거리가 완전히 바뀐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데 없어졌다는 걸 눈으로 보는 것도 읽기에 붙습니다. 그 책이 기록한 시간이 실제로 지나갔다는 게 몸으로 잡히거든요.
앞서 도서관이 동네 기록을 모으는 이유를 적었는데, 그 자료들이 여기서 쓰입니다.
한쪽만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내가 지은 그림이 실제와 다르면 그게 깨집니다. 앞서 원작과 영상 보는 순서에서 적은 것과 비슷한 자리죠. 그래서 아주 좋아하는 책은 안 가보시는 쪽을 택하는 분도 계십니다.
그것도 맞는 선택입니다. 그림을 지키는 것도 이유가 되니까요.
읽고 나서 발이 움직이는 책이 있다. 그 움직임까지가 그 책이 한 일이다.
두 번째로 읽으시고는 아주 다르더라고 하셨습니다.
책은 그대로였고, 그분이 그 거리를 알게 되신 것이었죠. 저는 그게 가장 좋은 재독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