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집들이에 다녀왔다는 손님이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현관에서 신발 벗는 것부터 어색했다고요. 어디 앉아야 할지 몰라 소파 끝에 한 시간을 앉아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다들 편하게 웃는데 자기만 굳어 있었다고요.
규칙을 모릅니다. 그 집만의 방식이 있죠. 어디에 앉는지, 무엇을 만져도 되는지, 물을 꺼내 마셔도 되는지요. 폐를 끼칠까 걱정됩니다. 앞서 누가 내 물건을 만지면 불편한 마음을 적었는데, 저도 남의 물건을 건드릴까 봐 조심하게 되더군요. 주인처럼 편할 수 없습니다. 그 공간의 주인이 아니니 몸을 어디에 둘지 망설여지죠. 좋은 손님이고 싶습니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몸을 굳게 합니다.
앞서 집에 사람 부르기 어려운 이유와 남의 집에 다녀온 날 내 집이 초라해 보이는 마음을 다룬 글들이 있는데, 이건 그 손님 쪽의 마음이죠.
손님 자리의 어색함은 대개 그 집을 함부로 대하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나옵니다. 앞서 쉽게 상처받는 성격을 적으며 예민함은 섬세함의 다른 얼굴이라고 했는데, 이 어색함도 그렇습니다.
앞서 누가 내 물건을 만지면 불편한 마음을 적으며, 니체가 사람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귀하게 여겼다고 했습니다. 남의 집에서 조심스러운 마음도 그 거리를 지키는 일이죠.
다만 그 거리가 너무 멀면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지 않습니다. 앞서 니체 우정론을 적었는데, 좋은 벗 사이에는 거리와 가까움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했죠.
남의 집 문턱에서 신을 가지런히 벗는 손은 그 집을 아끼는 손이다. 그 손이 조금 풀리면 그때부터 손님은 벗이 된다.
모르면 물어보십시오. "어디 앉으면 돼?" "물 마셔도 돼?" 물어보는 게 오히려 예의죠. 할 일을 하나 찾으십시오. 상 차리는 걸 돕거나, 집 이야기를 묻는 겁니다. 손이 바쁘면 몸이 덜 굳습니다. 작은 선물을 들고 가십시오. 건넬 무언가가 있으면 첫 어색함이 조금 풀리더군요. 주인의 말을 믿으십시오. "편하게 있어"라고 하면, 정말 조금은 편하게 있어도 됩니다.
그 손님은 다음에 그 친구 집에 갈 땐 책을 한 권 들고 가기로 했다고 하셨습니다. 선물로요. 그 책 이야기를 하다 보면 덜 어색할 것 같다고요. 다녀와서 말씀하셨죠. 이번엔 소파 가운데 앉았다고.
남의 집 문턱은 늘 조금 어색할 겁니다. 그래도 저는 그 어색함을 아끼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작은 물음 하나로 그 거리를 조금씩 좁혀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