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혜 언니가 지갑에서 카드 두 장을 꺼냈어요. 앞면엔 은행 이름이 크게, 귀퉁이엔 비자 로고가 작게 찍혀 있더라고요.
강미연 남편 말로는 비자는 카드를 직접 안 내준대요. 카드는 은행 카드사가 내주고 비자는 길만 깐다더라고요.
저는 거기서 물었어요. 앞서 카드 결제망을 알아볼 때 긁은 신호가 여러 군데를 거쳐 간다고 했잖아요. 그 거쳐 가는 길 중에 비자가 어디인가요?
들어 보니 비자는 카드를 내주는 은행과 가게 쪽 은행 사이를 잇는 길을 쥐고,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작은 통행료를 받는다는 거예요.
신미혜 고속도로를 깔아 둔 회사인 거예요. 차는 은행들 거고 짐은 손님 돈인데, 톨게이트를 지날 때마다 조금씩 받는 셈이죠.
그러니까 돈을 빌려주지도 않고 카드값 못 받을 걱정도 안 하는 거잖아요. 앞서 카드 회사가 어디서 버는지 알아볼 때 할부 이자며 연체 걱정이 다 카드사 몫이라고 했는데요. 비자는 그 걱정은 은행에 맡기고 길값만 받는 쪽이라고 들었어요.
길이 그렇게 좋은 장사면 왜 다른 길이 안 생기는지 물었어요.
강미연 마스터카드가 거의 같은 일을 하고, 둘이 나눠 갖는 모양이래요. 가게들은 수수료가 비싸다고 오래 다퉜다더라고요.
앞서 보잉을 알아볼 때 큰 회사 둘이 나눠 가지면 손님이 갈 데가 마땅치 않다고 했잖아요. 비자도 그 모양이라는데요. 가게와 다툼이 어떻게 정리됐는지는 나라마다 달라서 물음으로 남겨 둬요.
요즘 비자 뉴스엔 스테이블코인 얘기가 붙는다길래 물었어요.
강미연 은행끼리 정산할 때 달러 대신 스테이블코인으로 주고받는 걸 시험한대요. 코인 카드도 자기 길로 쓰게 해 준다더라고요.
그러니까 코인이 길을 위협하기 전에 길 위에 코인을 먼저 태우는 거잖아요. 앞서 페이팔이 직접 스테이블코인을 낸 걸 알아봤는데요. 비자는 직접 내기보다 남이 낸 걸 자기 길로 지나가게 하는 쪽이라고 들었어요.
신미혜 새 지름길이 생긴다니까 고속도로 회사가 그 지름길 입구에도 톨게이트를 세우는 거예요.
정리하면 이래요. 비자는 카드를 직접 내주지 않고, 카드를 내주는 은행과 가게 쪽 은행 사이 길을 쥐고 지날 때마다 통행료를 받는 회사예요. 빌려준 돈 걱정은 은행 몫이고, 마스터카드와 길을 나눠 가지며, 요즘은 스테이블코인도 자기 길로 지나가게 하려 한다고 들었어요.
이름이 찍힌 회사라도 그 회사가 실제로 무엇을 쥐고 있는지부터 물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인 거고요.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고 넘어가요.
신미혜 카드 앞면 큰 이름보다 귀퉁이 작은 로고가 길을 쥐고 있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