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갑자기 와서 가게 처마 밑에 섰거든. 나 말고도 네다섯 명이 같이 섰어.
다 모르는 사람들이야. 아저씨도 있고 아주머니도 있고.
처음엔 다들 조용했거든. 비만 보고 있었어.
그러다 아저씨 한 분이 한마디 하시더라. 오늘 왜 이러냐고.
그러니까 옆에서 받고, 또 받고. 몇 마디 만에 얘기가 돌기 시작한다니까.
불나방 모르는 사람들끼리요?
날씨 얘기로 시작했는데 몇 번 오가더니 주식 얘기까지 가더라. 나는 그게 좀 신기했어.
모르는 사람들끼리 오 분 만에 거기까지 간 거잖아. 방에서는 몇 달 걸리는 건데.
다들 그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건가 싶더라니까.
그러다 비가 그치기 시작하니까 얘기가 먼저 끊기더라. 그다음에 다들 흩어졌고.
얘기가 끝나서 흩어진 게 아니라 흩어질 때가 되니까 얘기가 끊긴 거잖아.
자리가 얘기를 만든 거지 얘기가 자리를 만든 게 아니었던 거라니까.
돌부처 같이 서 있으니까 되는 거지.
이거 생각하다가 방이 떠올랐거든. 우리 방이 그 처마 밑이랑 같은 거잖아.
뭘 하러 모이는 게 아니라 모여 있으니까 얘기가 도는 거고. 축제 때 부스 문구를 못 쓴 게 이래서였나 싶더라.
하는 게 없는데 자리만 있는 거니까 설명이 안 되는 거라니까.
그리고 그 오 분 동안 아무도 이름을 안 물었거든. 어디 사냐고도 안 물었고.
그러니까 서로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얘기만 한 거잖아. 그게 오히려 편했던 것 같더라.
우리 방에서 나이를 안 묻는 거랑 비슷한 거라니까.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그날 무슨 얘기였는지도 반은 모르겠어. 못 알아들은 게 많았고.
근데 모르는 사람들끼리 오 분 만에 말이 돈 건 봤잖아. 그건 확실히 봤고.
사람은 같이 서 있으면 말을 하게 되는 거더라. 자리만 만들어두면 되는 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