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툰 다음 날 엘리베이터에서 동료와 눈이 마주치셨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동료가 급히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렸다고요. 그 분은 무시당했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분은 회의에서 같은 의견을 세 번 냈는데 팀장이 한 번도 대답하지 않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답니다. 그분은 외면당했다고 하셨고요. 두 분의 이름을 서로 바꾸면 정확해집니다.
외면과 무시는 둘 다 상대가 나를 똑바로 상대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말을 받지 않고, 눈을 피하고, 내가 없는 것처럼 지나갑니다. 당하는 쪽에서는 비슷하게 아프니 섞어 쓰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외면은 나를 알아보면서도 마주하기 불편해 일부러 고개를 돌리는 것이고, 무시는 나를 없는 것처럼 여기거나 가볍게 여겨 상대하지 않는 것입니다.
외면에는 알아봄이 먼저 있습니다.
동료는 눈이 마주친 다음에 시선을 돌렸습니다. 나를 봤고, 마주하기가 불편했던 거죠. 그래서 외면에는 상대의 불편함이 들어 있습니다. 나를 가볍게 여겨서라기보다 그 자리를 견디기 어려워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무시에는 가벼움이 있습니다.
세 번의 의견이 한 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들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넘어갔죠. 무시는 내 말이나 존재를 대단치 않게 여기는 태도입니다. 그래서 무시는 외면보다 사람을 더 작게 만듭니다.
경멸과 무시의 차이는 전에 다룬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는 낮춰 보느냐 아예 안 보느냐로 갈랐고요.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외면을 무시라고 부르시면 상대의 불편함을 나에 대한 업신여김으로 읽게 됩니다. 엘리베이터의 동료는 아마 어제의 다툼이 불편했던 거겠지요.
외면이라면 불편함을 먼저 풀 자리를 만드시면 됩니다. "어제 일 얘기 좀 할까" 한마디가 시선을 돌려놓습니다.
무시라면 내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자리를 짚으셔야 합니다. 회의가 끝난 뒤 따로 그 의견을 다시 전하는 식으로요.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나를 마주하지 않는 것은 같습니다. 알아본 뒤에 피했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