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한 명이 열람석에서 『차라투스트라』의 한 장을 읽고 있었습니다. 높은 목표를 세웠는데, 요즘 오히려 마음이 자꾸 어두워진다고 했죠. 그러다 한 대목에서 멈추더니 혼잣말을 했습니다. 뿌리가 깊어지는 중이었네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1부의 한 장입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저녁 산길에서 산허리의 나무에 기대 앉아 지친 눈으로 골짜기를 내려다보는 젊은이를 만나죠.
차라투스트라는 그 나무를 붙잡고 말합니다. 내 손으로는 이 나무를 흔들 수 없지만, 보이지 않는 바람은 이 나무를 마음대로 흔들고 휘게 한다고요. 우리도 보이지 않는 손에 가장 심하게 휘둘린다고 하죠.
그리고 이 장에서 가장 유명한 비유가 나옵니다.
사람도 이 나무와 같다. 높이, 밝은 곳으로 오르려 할수록 그 뿌리는 더 힘차게 땅속으로, 아래로, 어둠 속으로 뻗어 간다.
앞서 새 직장 적응이 느린 성격을 적으며 이 비유를 빌렸는데, 오늘은 원래 자리에서 읽어 보겠습니다. 높이 오르려는 사람은 그만큼 깊은 곳도 지나야 한다는 거죠. 밝은 쪽으로만 자라는 나무는 없습니다.
젊은이는 울며 고백합니다. 높이 오르려 할수록 자기를 믿지 못하게 되고, 아무도 자기에게 말을 걸지 않으며, 그 고독에 얼어붙는다고요.
차라투스트라는 그를 나무랍니다. 대신 이렇게 말하죠. 네 영혼 속의 영웅을 버리지 마라. 네 가장 높은 희망을 소중히 지켜라.
높이 오르다 지친 사람이 가장 쉽게 버리는 게 그 희망이라는 걸 알았던 거죠. 그래서 버리지 말라고, 지키라고 당부한 겁니다.
어둠 속으로 뻗는 뿌리를 부끄러워하지 마라. 그 깊이가 네가 오를 높이를 견디게 한다.
높이 오르는 길에 어두운 시간이 오는 건 당연합니다. 그게 길을 잘못 든 증거는 아니죠. 그 어둠을 뿌리 내리는 시간으로 보십시오. 배우고, 견디고, 다지는 시간이요. 가장 높은 희망을 적어 두십시오. 지칠 때 그 희망을 버리지 않도록 눈에 보이는 곳에요. 보이지 않는 바람을 알아차리십시오. 남의 말, 비교, 불안 같은 것들이 저를 흔들고 있는지요.
그 청년은 그 장을 휴대폰으로 찍어 갔습니다. 몇 주 뒤 다시 왔을 때 표정이 조금 밝았죠. 여전히 힘들지만, 이제는 그게 뿌리 내리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더군요.
높이 자라려는 날들은 늘 어둠을 함께 데려옵니다. 저는 그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고 뿌리를 깊이 내리며, 제 가장 높은 희망을 제 손으로 지켜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