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안 쓰는데 못 버리는 물건이 몇 개 있거든. 몇 년째 그 자리야.
버리자는 말은 나오는데 아무도 안 버린다니까. 방에 안 지키는 규칙이 있는 거랑 비슷해.
한번 세봤거든. 안 쓰는데 있는 걸 다 적어봤어.
일곱 갠데 그중 여섯이 누가 준 거더라. 산 게 아니라 받은 거잖아.
내가 산 건 안 쓰면 그냥 버리는데 받은 건 못 버리는 거라니까.
불나방 그거 저도 그래요.
그러니까 못 버리는 게 물건이 아니었어. 준 사람인 거잖아.
버리면 그 사람을 버리는 것 같은 거고. 물건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그걸 들고 있는 거라니까.
동아리방에 그만둔 애 컵이 남아 있는 거랑 같은 거더라. 그것도 물건이 아니었고.
한번은 준 사람한테 물어본 적이 있거든. 그거 아직 있다고.
그 사람이 뭘 줬는지 기억도 못 하더라. 나는 그게 좀 허무했다니까.
들고 있는 건 나뿐이었던 거잖아. 준 쪽은 그날로 잊은 거고.
돌부처 준 사람은 모르지.
그 얘기 듣고 버릴까 했는데 결국 안 버렸어. 기억 못 한다고 없던 게 되는 건 아니잖아.
내가 들고 있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 그때 받은 거고. 그건 내 거니까.
방에 있는 컵도 마찬가지라니까. 그 애가 기억 못 해도 우리는 두는 거고.
일곱 개 중에 하나는 버렸거든. 그건 내가 산 거였어.
산 건 버리는 게 아무렇지도 않더라. 그날 바로 버렸고 지금 생각도 안 나.
그 차이가 그렇게 크더라니까. 같은 자리에 몇 년 있었는데.
칼손 저는 산 것도 못 버려요.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정리도 잘 못하거든. 쌓아두는 쪽이고.
근데 왜 못 버리는지는 알겠더라. 물건이 아니라서 그런 거잖아.
그러면 안 버려도 되는 거라니까. 자리를 차지하는 만큼 값을 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