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 일 중에 제일 하기 싫은 게 하나 있거든. 회비 계산하는 거야.
힘든 일도 아니야. 몇 분이면 끝나는 거고.
근데 그 일을 할 때만 미루다가 방에 아무도 없을 때 하더라. 나도 모르게 그러고 있었어.
다른 일은 애들 있을 때도 다 하는데 이건 안 하는 거잖아. 그게 좀 이상해서 왜 그러나 봤어.
알겠더라. 힘들어서가 아니라 남이 보는 게 싫은 거였어.
숫자를 만지고 있는 걸 애들이 보는 게 싫은 거잖아. 우리 방은 숫자를 안 묻는 방이니까.
내가 숫자를 세고 있으면 그게 좀 어긋나는 것 같았던 거라니까.
칼손 누나가 그거 하는 거 한 번도 못 봤어요.
한참 뒤에 생각하니까 이게 숨길 일이 아니더라. 회비는 애들 돈이잖아.
오히려 안 보이게 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고. 못 낸 애가 안 보이게 하는 건 맞는데 계산 자체를 숨길 건 아니니까.
그거 두 개를 내가 헷갈리고 있었던 거라니까.
돌부처 그건 보여도 되지.
지금은 애들 있을 때 한다니까. 대신 이름은 안 보이게 하고 총액만.
그러니까 아무도 신경 안 쓰더라. 내가 걱정한 것 같은 일은 안 일어났고.
한 번은 애가 와서 도와주기도 했어. 그건 생각도 못 했고.
그러고 나서 미루는 걸 다 세봤거든. 셋이더라.
셋 다 남이 보는 게 좀 그런 것들이었어. 일 자체는 다 십 분이면 되는 거고.
그러니까 내가 미루는 이유가 하나였던 거잖아. 셋이 아니라 하나인 거고.
불나방 그럼 다 앞에서 하면 되네요.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내가 왜 뭘 미루는지도 잘 모르거든. 그냥 싫은 줄 알았잖아.
근데 세보니까 남이 보는 게 싫은 거였어. 일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고.
그러면 보여주면 되는 거라니까. 그게 제일 간단한 방법이었던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