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다니던 가게 앞을 지나는데 종이가 붙어 있더라고요. 문을 닫는다는 내용이었어요.
종이가 테이프 네 군데로 반듯하게 붙어 있었네요.
급하게 붙인 종이는 한쪽이 들뜨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그 종이는 네 귀퉁이가 다 붙어 있었고요. 마지막까지 그렇게 하신 거네요. 그게 오래 눈에 남더라고요.
마지막 인사를 반듯하게 쓰는 사람은 그 자리를 소중히 여겼던 사람이다.
사장님과 긴 얘기를 나눈 적은 없어요.
주문하고 받고 인사하는 정도였고요. 그래도 몇 해를 봤으니 얼굴은 서로 알지요. 그 정도 사이가 없어지는 것도 꽤 허전하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성함을 모르네요.
늘 사장님이라고만 불렀고요. 이제 여쭤볼 자리도 없어졌습니다.
닫는 날 한 번 들렀어요.
사람이 평소보다 많더라고요. 다들 같은 생각을 하신 모양이고요. 줄 서서 기다리는데 그게 좀 이상하게 뭉클했습니다.
받아 들고 나오면서 그동안 고마웠다고 했어요.
사장님도 짧게 고맙다고 하시고요. 긴말은 서로 안 했고 그게 나았던 것 같네요.
그 앞을 지날 때 아직도 한 번씩 보게 되더라고요.
다른 가게가 들어왔는데도 그렇고요. 자리는 바뀌어도 한동안은 예전 걸로 보이는 모양이지요.
적힌 문장도 짧았어요.
그동안 감사했다는 말과 날짜 하나가 전부였고요. 사정 얘기는 한 줄도 없었네요. 쓸 수 있는 말이 많았을 텐데 그걸 다 덜어낸 거지요. 덜어낸 자리가 오히려 잘 보이더라고요.
반듯하게 붙인 종이는 마지막까지 성실했다는 표시인걸요.
그러니 그 종이를 보셨다면 한 번쯤 읽어주시고요. 오늘 오래 다니던 데가 있으시면, 가는 김에 인사 한 마디 하셔도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