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아주머니가 그러시더군요. 그 골목은 비만 오면 물이 고인다고요.
밤에 비가 그치고 나가봤습니다. 정말 거기만 아직 젖어 있더라고요.
그 자리 담벼락은 아래쪽 색이 다릅니다.
허리 아래쯤까지 물이 스며서 바랜 자국이 있어요. 한두 해에 생긴 게 아닌 겁니다. 오래 반복된 자리라는 걸 벽이 먼저 말해주고 있는 셈이군요.
같은 자리에 계속 고인다면, 그것은 비의 문제가 아니라 땅의 문제다.
다른 데는 하루면 마릅니다.
그 골목만 며칠이 갑니다. 해가 잘 안 드는 데다 물이 빠지는 길도 없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이끼가 끼고, 이끼가 끼니까 미끄럽습니다.
돌아가는 길이 있는데도 그 골목으로 다니시는 분들이 계세요.
돌아가면 한참 걸리니까요. 짐을 드신 분이나 연세 있으신 분들이 특히 그 길을 쓰십니다. 하필 미끄러운 길을 제일 조심해야 할 분들이 쓰고 계신 겁니다.
이런 건 오래 사신 분들이 다 알고 계시더라고요.
아주머니는 그 자리를 피해서 어디로 발을 딛는지까지 말씀해주셨습니다. 몸으로 익힌 지도인 셈이지요. 저는 그날 그걸 배웠습니다.
물길을 바꾸는 건 제 일이 아닙니다.
관리하는 데 말씀드리는 건 오래 사신 분들이 이미 여러 번 하셨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하는 건 그냥 아는 것뿐입니다.
다만 알고 나니까 밤에 그 길을 지날 때 걸음이 달라지더라고요.
누가 같이 있으면 그쪽으로 안 가고 돌아갑니다. 비 온 다음 날에는 특히요.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아닌 일도 아닌걸요.
동네에 늘 젖어 있는 자리가 있으시면 어디쯤인지 알아두셔도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