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중에 자꾸 제 말을 끊으시고는 나중에 미안해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버릇인 걸 아신다고 하시더군요. 아시는데도 안 고쳐지는 자리입니다.
이 버릇을 무례함으로만 보면 안 풀립니다. 실제로는 다른 이유가 많습니다.
잊어버릴까 봐. 떠오른 걸 지금 말하지 않으면 사라질 것 같으시죠. 그래서 상대 말이 끝나기를 못 기다립니다. 빨리 도와주고 싶어서. 상대가 헤매고 있으면 답을 먼저 주고 싶어집니다. 선의인데 끊는 모양으로 나오고요. 이미 알아들어서. 뒤를 짐작하고 앞질러 갑니다. 대개 맞기도 해서 더 굳어지죠. 말이 끊길까 봐. 조용해지는 걸 못 견디시면 이렇게도 나옵니다. 앞서 낯선 자리에서 말이 많아지는 버릇을 적었는데, 그 옆자리입니다.
문제는 여기죠.
이유가 무엇이든 받는 쪽에서는 내 말은 안 들어도 되는 말로 읽힙니다. 몇 번 겪으면 아예 말을 안 꺼내게 되고요.
그리고 끊긴 사람은 그 말을 다시 안 합니다. 이게 제일 큰 손해입니다. 그 자리에서 나왔어야 할 얘기가 통째로 사라지거든요. 저는 이걸 대출대에서 자주 봅니다. 두 분이 오시면 한 분만 말씀하시는 경우가 있죠.
참으시라고만 하면 안 됩니다. 손에 잡히는 방법을 적겠습니다.
적어두십시오. 떠오른 걸 손에 든 것에 한 단어만 적으시면 됩니다. 잊어버릴 걱정이 없어지면 기다릴 수 있습니다. 이게 제일 잘 듣습니다. 셋을 세십시오. 상대가 말을 멈춰도 바로 시작하지 마시고요. 대개 그 사이에 한마디가 더 나옵니다.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이 거기 있는 경우가 많죠. 끊으셨으면 돌려주십시오. 아, 말씀 중이셨는데 하시라고 한마디면 됩니다. 안 끊는 것보다 이게 더 어렵고 더 값이 큽니다.
한쪽만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빨리 주고받는 게 맞는 자리가 있습니다. 친한 사이나 급한 일에서는 끊는 게 대화의 속도죠. 그걸 다 없애시면 오히려 어색해집니다.
구분하실 자리는 이겁니다. 상대가 어려운 얘기를 꺼내고 있을 때. 여기서는 끝까지 기다리셔야 합니다. 어렵게 꺼낸 말일수록 중간에 끊기면 다시 안 나오니까요.
마지막으로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끝까지 듣는 건 가만히 있는 게 아닙니다. 하고 싶은 말을 들고 기다리는 일이라 실제로 힘이 들죠. 그러니 안 되는 걸 게으름으로 여기실 일이 아닙니다.
끊긴 말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 자리에 있었어야 할 얘기가 그대로 사라진다.
요새는 수첩에 한 단어씩 적으시더군요.
그러고는 제 말이 끝난 다음에 그걸 보고 말씀하십니다. 버릇을 고치신 게 아니라 놓을 자리를 만드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