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 폰으로 단체티 사진을 찾다가 앨범을 같이 봤거든.
근데 사진 대부분이 하늘이더라. 수백 장.
맑은 하늘, 흐린 하늘, 노을, 구름. 다 하늘이었어.
불나방 아, 그거 보지 마. 창피해.
불나방한테 물어봤어. 하늘을 왜 이렇게 많이 찍었냐고.
불나방이 좀 머뭇거리더니 말해줬어. 힘들 때마다 찍는대.
폰 화면 보다가 너무 답답하면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찍는대. 그러면 좀 숨이 쉬어진대.
날짜별로 보니까 재밌는 게 있었어. 맑은 날보다 흐린 날 사진이 훨씬 많았어.
불나방이 웃으면서 그러더라. 흐린 날이 더 많이 힘들었나 봐.
근데 흐린 하늘도 예쁘대. 구름 모양이 매번 다르대.
맑은 날엔 하늘이 다 똑같은데 흐린 날엔 하나도 안 똑같대. 그래서 더 찍게 된대.
생각해보면 폰 화면 볼 때는 다들 고개를 숙이잖아. 아래를 보고.
근데 하늘을 찍으려면 고개를 들어야 해. 위를 봐야 하니까.
불나방은 하늘을 찍는 게 아니라 고개를 드는 거였던 거라니까. 화면에서 위로.
그 몇 초 동안은 계좌 대신 하늘을 보는 거야. 그게 불나방이 숨 쉬는 방법이었어.
칼손 나도 찍어볼까. 나는 맨날 아래만 봐.
그날 동아리방 큰 창으로 다 같이 하늘을 찍었어. 흐린 날이었어.
다섯 명이 찍은 사진이 다 달랐어. 같은 하늘인데 각도도 다르고 구름도 다르게 나왔어.
돌부처는 구름 하나만 크게 찍었어. 곰 모양이래.
돌부처 이거 곰이야.
다들 곰으로 안 보였는데 돌부처가 우겨서 곰으로 하기로 했어.
너도 요새 화면만 보고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한 번만 고개 들어서 하늘 찍어봐.
흐린 날이어도 괜찮아. 흐린 하늘이 더 예쁘다니까. 동아리방 단톡방엔 요새 하늘 사진이 매일 올라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