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티 입고 찍은 사진을 다시 봤거든. 불나방이 열 장 찍었어.
근데 열 장 다 칼손이 눈을 감고 있더라. 아니, 아홉 장.
딱 한 장만 눈을 뜨고 있었어. 그것도 엄청 웃는 얼굴로.
불나방 칼손 또 눈 감았어!
칼손 말로는 사진 찍을 때마다 그렇대. 찰칵 하는 순간 눈이 감긴대.
어릴 때부터 그랬대. 졸업 사진도 다시 찍었대.
다들 웃었는데 칼손은 좀 진지했어. 사진 찍는 게 싫대.
왜 그런지 물어봤어. 칼손이 좀 생각하더니 그러더라.
카메라를 보면 긴장된대. 이 순간이 영원히 남는다고 생각하면 무섭대.
잘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몸이 굳고, 그러다 셔터 소리 나면 눈이 저절로 감긴대.
그러니까 눈 감는 건 긴장해서였던 거야. 사진이 무서워서.
칼손 이상하게 나오면 계속 남잖아.
그럼 그 한 장은 어떻게 찍힌 거냐고 다들 궁금해했어.
불나방이 웃으면서 말했어. 셔터 누르기 직전에 칼손 옆구리를 찔렀대.
칼손이 깜짝 놀라서 웃는 순간 찍힌 거래. 긴장할 틈이 없었던 거지.
그 사진 속 칼손이 제일 칼손 같았어. 진짜 웃는 얼굴.
생각해보면 칼손은 뭐든 미리 걱정하는 애잖아. 사진도 그래. 찍히기 전부터 걱정하니까 눈이 감기는 거야.
근데 불나방이 그 걱정할 틈을 없애준 거라니까. 옆구리 한 번 찔러서.
그게 친구가 해줄 수 있는 거더라. 긴장한 애한테 웃을 틈을 주는 거.
돌부처 다음엔 내가 찌를게.
그 한 장을 새 동아리방 벽에 붙였어. 단체티 사진 중에 제일 큰 걸로.
칼손이 그거 보고 처음엔 창피해했는데 이제는 좋대. 자기가 저렇게 웃는 줄 몰랐대.
너도 사진 찍을 때 굳는 친구 있으면 옆구리 한 번 찔러줘. 그 친구 진짜 얼굴이 찍힐 거라니까.